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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왜 쓰냐고 묻지만…'벤투 황태자' 황인범, 3연패 이끈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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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황인범이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EAFF E-1 챔피언십 2019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19. 12. 18. 부산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부산=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벤투호’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선수인 황인범(23·밴쿠버)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은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019 결선 최종전에서 전반 27분 선제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황인범의 활약 속에 한국은 대회 무실점 전승을 기록, 지난 2015,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챔피언에 등극했다.

황인범은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4-1-4-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황인범은 공수의 연결고리 구실을 하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정확하고 절묘한 패스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의 핵심 역할을 했다. 황인범은 2선에서 적극적인 수비와 압박으로 허리 싸움에서 일본을 압도하는데 기여했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부지런한 플레이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빛났다. 백미는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하는 선제골이었다. 전반 27분 황인범은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가 돌파 후 내준 패스를 받아 재치있는 페인팅으로 일본 수비수 한 명을 따돌렸고, 빠른 템포의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대 왼쪽 하단 구석을 정확하게 흔들었다. 골키퍼 나카무라 고스케가 몸을 던졌으나 슛이 너무 빠르고 정확해 손을 갖다대지 못했다.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해 살얼음판 걷는 승부를 이어가던 한국은 황인범의 골을 기점으로 한층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황인범은 지난 홍콩전에서도 절묘한 프리킥으로 골을 만든 데 이어 6경기 만에 대표팀 필드골을 터뜨리는 눈부신 활약을 했다.

황인범은 포지션 특성상 가장 많은 비판, 혹은 비난을 받는 선수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담당한다.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기점이 돼야 하고, 어시스트 혹은 골까지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수비형 미드필더에 비해 실수할 확률이 높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경우 상대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앞을 보고 플레이할 수 있다. 반면 공격형 미드필더는 상대의 프레싱을 받은 채로 등을 지고 공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가 간격을 좁히고 수비적으로 임하면 자연스럽게 패스 미스를 하거나 공을 빼앗기는 실수를 더 자주 하게 된다. 황인범이 앞선 경기들에서 실제로 부진해 비난을 받았는데 과도하게 욕을 먹은 측면도 있다. 누가 서도 어려운 자리라 황인범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황인범은 벤투호 황태자의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하고 있다. 황인범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이후 A매치에 데뷔해 지난 1년 3개월여간 대표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긴 기간이 아니지만 벌써 A매치 23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벤투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몇 달 전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황인범을 자꾸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황인범이 계속 발탁되는 이유, 장점은 명확하다. 황인범은 전천후 미드필더로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순간에 대응하는 법을 이해한다. 전술적인 변화를 줄 때 다른 포지션에 기용해도 되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그리고 마침내 황인범은 벤투 감독이 자신을 왜 중용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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