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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변화에 인색한 KIA '최다우승 전국구 구단' 명성과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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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1980~90년대 해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밥먹듯 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는 전국구 구단이다. 롯데의 티켓 파워도 대단하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KIA가 비교 우위다. 프로야구 출범 후 성적도 다른 구단을 압도한다. 통산 11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팀은 타이거즈가 유일하다.

이런 자부심이 팀 성적에만 집중돼 있다. 통산 최다 우승에 빛나는 전국구 구단이라는 타이틀은 엄청난 영예다. 영예에 걸맞는 구단 행보가 필요한 이유다. 안타깝게도 KIA는 스스로를 ‘지방에 있는 작은 구단’으로 여긴다. 자세를 낮추는 게 아니다. 진짜 ‘야구를 잘하는 지방구단’으로 생각한다. 프로리그에서 최다 우승을 차지한 인기 구단은 리그 흐름을 주도한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나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소프트뱅크 등은 항상 새로운 이슈를 끌고 다닌다. 때로는 역풍을 맞을 때도 있지만 성적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트렌드를 주도한다. KIA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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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로 그룹명이 바뀌었어도 2000년대와 2010년대 모두 우승을 경험하며 최다 우승, 전국구 구단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7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의 양현종.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재계 1위를 달리는 삼성은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왕조를 구축했다. 모기업의 힘을 등에 업고 KBO 규약과 제도 개선에 앞장섰다. 2군 전용 훈련장, 해외 전지훈련 등은 삼성이 자본력으로 도입해 하나의 문화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삼성도 야구 실력으로는 늘 해태에 밀렸다. LG와 롯데는 마케팅 차원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신바람 야구를 트렌드로 만들었고, 한·미·일 ‘자이언츠’를 모두 오렌지 색으로 통일시키기도 했다. LG의 막대 풍선 응원이나 롯데의 봉지 응원, 신문지 부채 등은 팀을 상징하는 응원 문화로 자리잡았다. LG와 롯데는 1990년대 초반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KIA가 리그에 참여한 이후 야구 트렌드는 SK와 두산, 삼성이 주도했다. SK의 벌떼 야구와 두산의 허슬 플레이,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2000년대 한국 야구를 한 단계 격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에 지키는 야구 DNA를 심은 사람은 타이거즈 레전드인 선동열 감독이다. 그러나 KIA에서는 능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벌떼 야구와 혹독한 훈련으로 팀을 재탄생시킨 김성근 전 감독은 “80년대 해태가 왜 야구를 잘하는지 보기 위해 2군 감독으로 갔었다”고 돌아봤다. 그 곳에서 보고 느낀 결론은 구단 시스템이 아닌, 선수의 월등한 능력이 호성적의 배경이었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량이 아닌, 구단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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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맷 윌리엄스 신임감독. 사진제공 | KIA타이거즈


현대차 그룹은 전통시장 살리기 일환으로 광주 송정리 시장을 1913 송정역 시장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제는 관광 명소가 됐다. 야구 외에는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는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KIA는 지역밀착 마케팅을 전개하기도 좋다. 사람이 모이면 문화가 바뀌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는 모든 변화에 소극적이다. 다른 구단과 융합에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1980년대 그랬던 것처럼 지방 구단으로, 그저 선수단 능력에 의존한 성적으로 팬 사랑에 보답하는 작은 구단으로 머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일까. 최다 우승에 빛나는 전국구 구단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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