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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키움 투수 김상수 “나만의 역사, 안 풀릴 때 뒤져보면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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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 10개…몇 개는 벌써 실천 중

경향신문

키움 김상수가 매년 작성하는 노트. 목표와 야구 일지가 담긴다. 김상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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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1일. 키움 투수 김상수(32)는 책상에 앉아 새 공책을 펼쳐놓았다. 공책 맨 앞에 한 해 동안 이룰 목표 열 가지를 적는 게 새해맞이 연례행사다. 팀 우승, 도쿄 올림픽 출전, 부상 없이 60경기 등판, 41홀드, 팬들과의 소통, 주장 역할 잘하기… 개인적인 것들까지 9개를 적고는 가장 밑에 ‘위 9가지를 모두 지키는 것’으로 목표 10개를 채웠다.

지난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인 훈련을 하던 김상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무에서 복무하던 때(2014~2015년)부터 매년 해오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비록 팀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쳐 큰 목표였던 ‘팀 우승’을 이루진 못했지만, 공책에 선명히 적었던 ‘40홀드’와 ‘60경기 출전’을 모두 현실로 만들어냈다.

첫 장 뒤부터는 늘 그랬듯, 김상수가 그날 한 운동 및 일과, 몸무게, 시즌 중 타자들을 상대한 기록 등이 적히게 된다. 타자별로 구사한 결정구, 그날의 구속, 연초에 잡았던 목표를 귀퉁이에 다시 적어놓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쌓여 일년이 되면 문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 공책 하나가 가득 찼고, 그게 여러 권 쌓이면서 그만의 역사가 됐다. 김상수는 “시즌을 치르다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과거 컨디션 좋았을 때 어떤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찾아보며 좋았을 때의 감각을 찾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새해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한 김상수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큰 변화 중 하나는 공책 첫 장에 적은 ‘팬들과의 소통’을 실천하고자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었다. 김상수는 “원래 소셜미디어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면서도 “팬들이나 팀 내 선수들이 소셜미디어를 중요한 소통의 장으로 여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장을 맡으면서 경기 후 선수단을 불러모아 ‘즉석 사인회’를 열기도 했던 김상수는 이번엔 따로 식사 자리를 함께한 박병호 등 팀 동료들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오프시즌 선수들 근황에 목마른 팬들의 갈증을 채우고 있다.

투구폼 변화도 감행하기로 했다. 김상수는 공을 던지기 전 등을 타자 쪽에 보일 정도로 뒤트는 폼으로 구속이 오르는 효과를 봤는데, 몸에 다소 무리가 갔다. 김상수는 “사실 지난 시즌 초반 한 달 정도 옆구리가 아팠다. 그래서 몸을 전보다 덜 트는, ‘정석’에 가까운 폼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해 캐치볼을 시작한 김상수는 한창 거울 앞에서 새 투구폼으로 섀도 피칭을 하며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선수는 변화해야 한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포기하면 안된다”는 말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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