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격파' 희망 짊어진 한국 남자탁구의 '대세'
한국 탁구 대세 장우진 |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올림픽 무대는, 결국은 누가 더 독하냐의 싸움입니다. 더 독해지겠습니다."
아직 스물다섯 살에 불과하지만,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은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 올림픽처럼 준비하고 있다.
강원 속초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탁구 신동' 소리를 듣던 장우진은 고등학생 때 독일 유학을 떠나 선진 탁구를 배웠다.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유망주를 꺾고 한국 선수로는 6년 만에 이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탁구 팬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성인 무대에 데뷔한 뒤 잠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금방 이겨냈다. 2017년 코리아오픈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내더니 2018 코리아오픈에서 3관왕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세계 탁구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난해 성적도 화려하다. 실업탁구챔피언전 남자 단식에서 2연패를 해냈고,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종합선수권에서는 남자 단식 2연패를 해냈다.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나선 장우진 |
특히 종합선수권 2연패는 유남규 전 여자대표팀 감독,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등 당대 한국 탁구를 대표한 최고의 선수들에게만 허락됐던 영예다.
화끈한 공격 탁구를 구사하는 장우진이 이제 완급 조절도 할 줄 아는 완성형 선수가 돼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장우진은 "급해질 때 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면서 "대표팀 형들(정영식·이상수)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천천히 가라앉던 한국 탁구는 이제 장우진이라는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실현되기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에서 유승민 회장이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따내던 모습을 장우진이 도쿄에서 재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때 탁구대 위로 뛰어 올라가는 등 거침없는 세리머니를 펼쳐 더 주목받았던 장우진은 자신뿐 아니라 한국 탁구의 미래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성숙해졌다.
장우진은 "팬들이 뭘 바라는지 알면 알수록, 유승민 선배가 따낸 금메달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깨달아 갈수록, 부담감은 계속 커진다"고 털어놨다.
김택수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중앙) |
마음이 흔들릴 때면 장우진은 김택수 감독에게 길을 묻는다.
김 감독의 조언은 늘 같다. 부담감을 즐길 것, 그리고 훈련으로 마음을 다스릴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지만, '레전드' 김 감독이 하는 말이기에 무게가 다르다.
올해는 더 독하게 훈련하기로 했다. 온종일 밥 먹고 탁구만 친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고 한다.
장우진은 "제가 올림픽 앞두고 국가대표가 될 줄 2년 전만 해도 몰랐던 것처럼,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도쿄가 내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독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오는 22일부터 포르투갈 곤도마르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단체전 세계예선전에 출전한다. 여기서 9위 안에 들면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낸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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