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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김현수가 LG에 심은 두산 DNA[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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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두산 베어스 시절의 김현수(오른 쪽). 왼 쪽은 투수 유희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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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당시 럭키금성)와 MBC의 인연은 묘하다. 당초 LG는 프로야구 출범에 호의적이었고, MBC는 탐탁찮게 여겼다. 부산·경남 연고지를 원했던 LG는 오너의 외유로 프로야구 출범 시기를 놓쳤다. MBC는 1980년 대 초 신군부 정권의 강압에 못 이겨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 MBC 청룡을 창단했다.

MBC 청룡은 8년 간 한차례 준우승에 그쳤다. 럭키금성은 1989년 겨울 MBC 청룡을 사들였다. MBC 청룡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LG 트윈스로 새 출발했다. 이듬해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자 아예 그룹 이름을 LG로 바꾸었다.

LG와 두산 베어스는 잠실야구장의 ‘한 지붕 두 가족’이다. 두 팀의 컬러는 사뭇 다르다. 두산은 이른바 ‘화수분 야구’를 추구한다. 길러서 이기는 방식이다. 매운 마늘을 먹고 성장한 곰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1990년 대 초반 암흑기를 거쳤지만 통산 6번 정상을 경험했다.

LG는 온실의 관상식물 같다. 보기는 좋지만 가을 찬바람을 맞으면 꽃을 떨군다. 1994년 이후 25년 째 우승이 없다. 지난해에도 두산의 헹가래를 부럽게 지켜만 보았다. LG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어 왔다.

2년 전 김현수(32) 영입이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두산을 거쳐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경험한 김현수는 4년 115억 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이라면 어림없는 투자다. 두산과 볼티모어는 닮은꼴이다. 볼티모어는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해 있다. 돈으로는 이들 구단을 감당할 수 없다. 길러서 이겨야하는 숙명이다.

김현수는 2018년 3할6푼2리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LG 팀 타율은 2017년 7위(0.281)에서 3위(0.293)로 껑충 뛰었다. 김현수는 경기장 밖에서도 빛났다. 김현수 이후 LG 선수단의 조기 퇴근 문화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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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LG 트윈스 주장을 맡은 김현수.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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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는 경기를 마치고도 어김없이 개인 훈련을 한다. 서둘러 귀가하던 다른 선수들 가운데 함께 남아서 훈련하는 수가 늘어났다. 온실 분위기가 서서히 화수분으로 변해갔다. 지난 해 김현수가 LG 주장을 맡으면서 이런 추세는 굳어졌다. 이제는 먼저 자리를 뜨면 이상할 정도다.

LG는 올 해 김현수에게 다시 주장 완장을 채웠다. 김현수 효과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사실 2020년 LG는 절박하다. LG는 올 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첫 해 맛본 우승의 짜릿함은 이제 기억 속에 가물가물하다. 사령탑 류중일 감독은 계약 만료다.

구단이나 감독 모두 절실하다. 입단 19년째 박용택(41)은 올 시즌 후 은퇴한다. 그는 한 번도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선수도 목말라 있다. 다행히 여건은 좋다. LG의 전력은 강화됐고, 2019시즌 상위 팀(두산 SK 키움)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LG는 지난 해 불펜을 장악했던 신인왕 정우영(21)을 선발로 돌리려 한다. 그만큼 불펜 사정이 좋아졌다. 고우석 혼자 보이던 불펜에 김지용(32), 정찬헌(30) 등 옛 멤버들이 가세할 준비를 마쳤다.

LG는 조만간 외국인 타자 영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외국인 타자는 내내 LG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타격기계’ 김현수와 외국인 타자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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