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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해외축구 돋보기]리버풀 안필드의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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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일 동안 52경기서 ‘무패가도’

원정팀 공포에 떠는 ‘무적의 요새’

금기어였던 “리그 우승” 울려퍼져



경향신문

높이 솟은 ‘안필드 통곡의 벽’ 리버풀의 버질 판데이크(오른쪽)가 20일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며 뛰어오르고 있다. 리버풀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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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필드에 “우리는 리그를 우승할 거야”라는 합창이 울려퍼졌다.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0으로 완파한 뒤였다. 홈구장을 가득 메운 리버풀 팬들이 신념에 차 외치는 구호가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22경기서 21승1무. 압도적인 성적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해 왔지만 “우리는 리그를 우승할 거야”라는 구호는 안필드에서 일종의 금기어였다. 리버풀 팬들에겐 2013~2014시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가 맨체스터 시티에 역전 우승을 내준 뼈아픈 기억이 있다. 혹시 이번에도 부정을 탈까 조심조심하던 리버풀 팬들이 드디어 “우승 경쟁은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다. 승점 64점으로 2위 맨시티와 16점차. 더구나 리버풀은 2위권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다. 남은 16경기서 10승만 올리면 맨시티가 전승해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다.

3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리버풀에 빼놓을 수 없는 버팀목이 바로 안필드다.

안필드는 무적의 요새였다. 2017년 4월23일 크리스탈 팰리스에 1-2로 진 게 안필드에서의 마지막 리그 패배였다. 이후 브렉시트가 3번 연기되고, 데이비드 모예스가 웨스트햄에 두 번 부임할 동안 리버풀은 안필드에서 리그 패배를 몰랐다. 1001일 동안 52경기에서 42승10무. 최근엔 홈 19연승을 질주 중이다. 올 시즌 안필드에서 거둔 승점만 36점으로 리그 5위 맨유의 전체 승점(34점)보다 많다.

안필드는 리버풀 선수들엔 열정과 자신감을 안겨주고, 상대팀 선수들은 두려움에 떨게 하는 마법의 장소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를 완벽하게 지배했던 맨시티도 안필드는 정복하지 못했다.

안필드에서 리버풀은 더 날카롭고, 더 파괴적으로 변한다. 점유율(평균 56.8%)은 원정(평균 64.4%)보다 떨어지지만 경기당 평균 슈팅(16.6개)과 평균 득점(2.6골)은 원정보다 각각 1.8개, 0.5골 높다. 경기당 2.6골을 넣고 0.75골밖에 내주지 않았으니 올 시즌 전승을 달리는 것도 당연하다.

반면 안필드에 오는 상대팀은 수비도, 정신력도, 투지도 갈가리 찢겨 나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지난 시즌 안필드에서 0-4로 무너졌던 바르셀로나다. 영국 언론들이 안필드에 ‘요새’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아라비안나이트’는 1001일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하지만 ‘안필드나이트’는 1001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진행형이다. 리그가 끝나는 5월까지 리버풀 팬들이 마음껏 “우리는 리그를 우승할 거야”를 외쳐댈 수 있는 곳, 여기가 바로 안필드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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