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를 기른 에미리츠 골프클럽. |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편이다.
언제나 자신의 견해를 똑 부러지게 밝히는 그는 의외로 적이 거의 없다.
대개 옳은 말이기 때문이다.
매킬로이는 작년 9월 알프레드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을 마친 뒤 유럽 프로골프투어가 대회 코스 난도를 너무 낮게 설정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코스가 너무 쉬워서 솔직히 경기할 맛이 안 난다"고 밝힌 그는 "유럽프로골프투어가 발전하려면 코스를 더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킬로이는 당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나흘 동안 15언더파를 치고도 공동 26위에 그쳤다. 우승 스코어는 22언더파였다.
앞서 7월 스코티시 오픈에서도 매킬로이는 13언더파를 때렸지만, 순위는 공동 34위였다.
코스가 쉬우면 변별력이 떨어진다. 변별력이 떨어지면 좋은 샷에는 보상이 적고, 실수해도 타수를 덜 잃는다.
브룩스 켑카(미국)는 "쉬운 코스에서는 열심히 버디를 잡아도 제자리걸음"이라면서 "어려운 코스가 진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도 종종 너무 쉬운 코스가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매킬로이의 비판 탓인지 23일 개막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은 예년과 달리 코스 난도가 확 올라가 눈길을 끌었다.
골프 채널은 2018년 5언더파이던 이 대회 컷 기준 타수가 작년에는 3언더파로 높아지더니, 올해는 이븐파를 쳐야 컷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현장 취재 기자의 분석을 전했다.
대회가 열리는 에미리츠 골프클럽 마질스 코스는 전과 달리 길고 질긴 러프로 페어웨이 양쪽과 그린 주변을 덮었다. 페어웨이 폭도 20야드 안팎으로 좁아졌다.
16년 동안 이 대회를 취재한 조이 차크라바르티 기자는 "러프가 무시무시하다"면서 "티샷한 볼이 러프에 떨어지자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면서 "이런 광경은 이 대회에서 처음 본다"고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이 대회에 출전한 스티븐 갤러허(스코틀랜드)는 "작년에 대회가 끝나고선 선수들끼리 코스가 더 어려워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생겼다"면서 "매킬로이의 쓴소리를 선수들은 다 좋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4언더파로 우승했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러프가 길어져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도전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코스를 어렵게 만들자고 주장한 매킬로이는 이 대회가 아니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한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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