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아픔 함께 겪은 영혼의 단짝
한국 레슬링 자존심 걸고 '쌍두마차'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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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와 류한수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레슬링 간판 김현우(32·삼성생명)는 연속 대회 우승을 노렸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허무하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레코로만형 75kg급에 출전한 김현우는 16강전에서 러시아 로만 블라소프(30·러시아)에게 억울하게 패했다.
그는 3-6으로 뒤진 경기 종료 3초 전 가로들기에 성공했지만, 4점 기술을 2점밖에 인정받지 못해 5-7로 패했다.
안한봉 당시 대표팀 감독이 눈물을 흘리며 거칠게 항의할 정도로 답답한 상황이었다.
김현우는 편파 판정에 제소까지 고민했지만, 자신의 뒤에 경기를 치를 류한수(32·삼성생명)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포기했다.
그러나 류한수 역시 리우올림픽에서 상처만 안고 돌아왔다.
그는 그레코로만형 66㎏급 8강에서 만난 아르메니아 미르간 아루튜난에게 패하면서 패자부활전으로 내려갔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렇게 김현우와 류한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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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하는 레슬링 국가대표 김현우(왼쪽) |
김현우와 류한수는 지난 4년 동안 뼈를 깎는 훈련을 소화하며 자신을 단련시켰다.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긴 베테랑이 됐지만, 두 선수는 더욱더 노련해졌다.
김현우는 지난해 속리산 극기훈련 등 생사를 넘나든다는 사점(死點) 훈련을 모두 채웠고, 지난해 여름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선 에어컨 시설이 없는 체육관에서 엄청난 땀을 흘렸다.
주변에선 김현우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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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는 류한수 |
류한수도 한층 성장했다. 특기인 스탠딩 기술은 물론, 약점으로 꼽히는 그라운드 기술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대표팀 박치호 감독과 파테르 공격 시 손동작과 힘 배분 등을 다시 훈련하며 자신만의 공격 루트를 정복했다.
박치호 감독은 "서 있는 상태에서 류한수는 세계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선수"라며 "이런 류한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선 상대를 몰아넣을 수 있는 공격 기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도쿄올림픽 직행 티켓이 걸려있었던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조기 탈락하며 다시 힘든 상황을 맞았다.
1번 시드를 받았던 김현우는 16강에서 자만한 마음을 품었다가 그대로 탈락했고, 류한수는 고질적인 목 디스크 증세가 악화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8강에서 떨어졌다.
두 선수의 예기치 못한 부진은 여파가 컸다. 박장순 대표팀 총감독은 사퇴하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두 선수는 다시 일어나고 있다.
김현우는 지난 13일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가볍게 국내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우승해 도쿄올림픽 1차 관문을 넘었다.
류한수 역시 디스크 시술을 받은 뒤 회복해 국내 1인자 자리를 되찾고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 재도전에 나섰다.
갈 길은 멀다. 일단 두 선수는 도쿄올림픽 출전권부터 획득해야 한다.
기회는 단 두 번뿐이다. 오는 3월과 4월 쿼터 대회에서 무조건 출전권을 따야 한다.
도쿄올림픽 본무대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김현우가 출전하는 그레코로만형 77㎏급엔 리우올림픽 편파판정 당시 상대 선수였던 블라소프,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뢰린츠 터마시(34·헝가리)가 경계대상으로 꼽힌다.
류한수가 출전하는 그레코로만형 67㎏급에선 이스마엘 보레로 몰리나(28·쿠바), 아르템 수르코프(27·러시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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