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매서운 바람이 스포츠계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20도쿄올림픽은 물론 국내 스포츠도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 스포츠 대부분이 관중을 기반으로 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후폭풍은 스포츠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일본이다. 2020도쿄올림픽을 세계가 주목하는 메가 이벤트로 키워보려는 야심을 줄곧 내비쳤던 만큼 그 충격은 예상보다 큰 모양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배구와 농구 등 겨울 스포츠의 양대 종목을 비롯해 사실상 모든 종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추이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바이러스는 흔히 ‘문명의 역습’으로 표현되곤 한다. 세포 밖에서도 분열·증식이 가능한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세포에 침투해 기생하며 증식하는 특징을 지닌다. 살아있는 숙주를 필요로 하는 만큼 유전적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 감염증이 팬데믹(pandemic·세계 전역으로 확산한 전염병)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유전적 돌연변이 현상 때문이다. 항생제 치료가 별 효과가 없고 시간이 걸리는 백신개발에 목을 메야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바이러스 감염증이 팬데믹으로 치닫을 경우 스포츠는 치명상을 입는다. 스포츠에서 관중은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바이러스 문제를 더이상 남의 일로 넘겨버릴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스포츠의 트렌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상업화가 불가피한 현대 스포츠가 플랫폼비지니스의 형태를 띠면서 인구밀도가 높은 큰 도시에서 주로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와 발맞춰 스포츠의 세계화 역시 자칫 팬데믹으로 확산될 수 있는 바이러스 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다.
올림픽 등 메가 이벤트 개최가 앞으로 개발도상국가에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지금까지 메가 이벤트는 사실상 선진국이 독점해왔다. 올림픽 개최 후 스포츠 인프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화이트 앨리펀트’ 현상으로 메가 이벤트는 더 이상 선진국을 유혹할 만한 상품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 바통은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메가 이벤트의 개발도상국 개최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바이러스 문제는 향후 스포츠계의 핵심 어젠다로 급부상할 소지가 훨씬 높아졌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누가 뭐래도 국내 스포츠계에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 다만 위기의식이 생각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생각이 행동과 시스템으로 자리잡는 건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회적 위기의식이 팽배하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계의 위생과 방역문제가 시스템으로 정착됐으면 하는 목소리에 정부는 물론 체육단체도 겸허하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시스템안에서 단계별 매뉴얼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만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오만한 방심이 파고 들 틈을 주지 않고 즉각적인 위생과 방역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침공은 따지고 보면 인간의 방심과 오만이 부른 인재(人災)다. ‘우한의 비극’도 따지고 보면 안일한 대처가 부른 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과도한 공포심을 제거하고 바이러스라는 실체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그에 따른 위생과 방역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팬데믹을 이겨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아닐까. 이게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가 한국 스포츠계에 전해준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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