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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잠은 사치다” 윌리엄스 KIA 새 감독, 호랑이들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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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 선수단으로 스프링캠프 꾸린 윌리엄스 감독

경향신문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이 지난 주말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 도중 배팅볼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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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투수 조 나뉜 3~4개 구장 꼼꼼히 돌며 함께 땀 흘리는 ‘열정남’

가장 먼저 일어나 선수들도 자극…“모두에게 모든 포지션 열려 있다”

“김병현 이름 부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양현종 발음이 가장 어려워”


역대급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맷 윌리엄스 감독(55)이 세대교체의 과도기에 놓인 KIA 선수단과 손을 잡았다. 올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만남이다.

그 출발점인 스프링캠프에서 윌리엄스 감독은 화통한 리더십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윌리엄스 감독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KIA의 호랑이들을 하나둘 깨우고 있다. 지난 주말 윌리엄스 감독을 만났다.

KIA의 훈련장인 테리스포츠파크에서는 야수와 투수 조로 나뉘어 동시에 3~4개 구장에서 훈련이 진행된다. 윌리엄스 감독은 쉬지 않고 전 구장을 돌아다니며 꼼꼼히 살핀다. 직접 펑고를 쳐주는 것은 물론 배팅볼도 매일 던진다. 훈련을 마치면 타자들과 같이 시원하게 물을 들이켜며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다. 훈련이 끝나도 귀가하지 않는다. 그날의 훈련을 복기하고 다음날 계획을 점검하느라 2시간 정도 야구장에 더 머물다 숙소로 돌아간다.

사실 윌리엄스 감독의 하루는 선수들이 눈을 뜨기도 전에 시작된다. 매일 아침 6시30분 선수단 숙소 웨이트장에서 운동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통역 구기환씨도 덩달아 새벽같이 일어나 팔자에 없던 운동을 하고 있다. 마크 위드마이어 수석코치까지 트리오를 이뤄 약 한 시간 동안 운동한 뒤에야 아침식사를 하고 훈련장으로 출발한다.

‘하루가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윌리엄스 감독은 “‘수석코치님’과 셋이서 정말 즐겁게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선수들과 훈련하고, 끝나면 다음날 일정을 준비하는 일과가 매우 재미있다”며 “어차피 잠은 많이 잘 필요가 없다. 수면은 사치 아닌가”라고 말했다. 에너지가 폭발할 지경인 50대의 윌리엄스 감독을 보면 20대의 KIA 선수들은 도저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외국인 사령탑의 가장 큰 약점은 보통 ‘낯섦’이다. 이름을 외워 부르는 것조차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11월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갈 때 선수들 사진과 이름이 적힌 명단을 가져갔다. KIA 사령탑으로서 가장 중요한 공부, 선수들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열심히 익혔는지는 스프링캠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훈련 뒤 수십명 중 단 한 명, 김선빈이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는 “웨얼 이즈 선빈?”이라고 물은 윌리엄스 감독의 예리함은 큰 화제가 됐다.

경향신문

맷 윌리엄스 KIA 감독(오른쪽)이 지난 주말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스프링캠프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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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 감독은 “개인적으로 친근한 느낌을 주고 싶어 힘들기는 하지만 노력하고 있다”며 “가끔 틀리면 선수들이 많이 웃는다. 물론 나도 별명으로 부를 때도 있겠지만 웬만하면 이름을 불러 선수들에게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열심히 공부한 윌리엄스 감독에게도 난관은 있다. 한글의 이중모음 발음이다. 선수 시절 애리조나에서 김병현과 함께 뛰었던 윌리엄스 감독은 “‘야, 여, 요, 유’ 같은 발음이 연속으로 들어가면 너무 어렵다. 예전에 애리조나에서 ‘김병현’을 부르기가 참 어려웠다. 나 말고 다른 선수들도 어려워해서 ‘김.병.헌’이라고 항상 잘못 발음했다”면서 “지금은 ‘양현종’이 가장 어렵다”며 웃었다.

KIA는 “모든 포지션이 열려 있다”고 할 정도로 올시즌 사실상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전력 구조로 출발한다. 윌리엄스 감독의 관찰력과 판단력은 올시즌과 향후 KIA의 미래를 좌우할 관건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전력 구성에 대해 “선수들을 많이 데려온 이유는 여러 포지션에서 여러 선수들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지금은 어느 포지션도 주인 없이 모두 열어놓고 있다”며 “마무리캠프 때 못 본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새로운 느낌으로 보고 있다. (김선빈, 박찬호가 있는) 2루수도 완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KIA 스프링캠프 사상 역대 최대 규모 선수단이 참가하고 있는 지금, 윌리엄스 감독은 끝까지 낙오자 없는 캠프를 기대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들은 언제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며 “여기 올 때처럼 귀국할 때는 시즌 치를 준비를 마치고 돌아가야 한다. 감독인 내가 그 준비 과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고 이번 스프링캠프를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트마이어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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