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제 모든 중심이 연기에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행복해요.”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34)은 연기자로서 포부를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였다.
박소지는 지난 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열혈 스포츠 아나운서 김영채 역을 맡았다. 특히 로버트 길(이용우 분)과의 인터뷰를 악의적으로 편집, 보도해 야구단 드림즈 팀에 위기를 가져오게 만들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인물로 활약했다.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전문직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박소진은 주어진 역할에 자신만의 색을 입혔다. “너무 전형적인 기자의 모습으로만 가면 내가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진지하게 무게 잡지 않고 오디션 때 제 식대로 연기했는데 이 점을 감독님이 재밌어하셨던 거 같다.” 오디션을 본 후 귀가 중 합격 연락을 받았다는 박소진은 “바로 전화가 와서 ‘어?’하며 놀랐다. 너무 기뻤다”고 회상했다.
아쉬운 점도 남았다. “영채는 TV 속 인물이어서 다른 연기자들과 직접적으로 호흡을 나누지 못한 점이 제일 아쉬웠다. 이렇게 좋은 선배들이 많은데, 함께 연기했으면 정말 좋았을 거 같다.” 그러나 덕분에 시청자의 입장에서 ‘과몰입’해 ‘스토브리그’를 볼 수 있었다고.
박소진은 “시청자의 마음이었다. 옳고 그름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저 역시 시청자의 입장에서 뚝심을 가지고 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갑게 사는 백 단장님(남궁민 분)을 응원했다”고 말했다.
남궁민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특히 걸스데이 멤버 민아와 SBS ‘미녀공심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남궁민에 대해 “민아도 정말 좋은 오빠라고 이야기해줬는데, 실제로 뵈니 리드를 잘 해주시고, 연기적 고민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너무 오그라들게 스윗하지 않고, 댄디 하시면서 배려심이 깊으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스토브리그’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된 그는 걸스데이 시절부터 항상 댓글을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지간한 악플엔 면역이 돼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다양한 반응을 보니 아프기도 하더라. 또 한편으로는 ‘확실히 얄미웠음 됐어’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제 시작하면서 내 모든걸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너무 앞서는 욕심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게 제 일인 거 같다.”
‘스토브리그’ 출연 후 신기한 경험도 했다. 그는 “커피숍에 있는데 어떤 분이 제게 ‘어! 탤런트네’라고 하시더라. 걸그룹을 하며 걸스데이 소진으로 알아보시는 경우는 많았는데, 연기자로 알아보신다는게 너무 신기하면서도 감사했다.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부모님도 아이돌 활동을 할 때와 제가 많이 달라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 드라마를 보시는데 낯선 느낌이 들었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박소진은 지난 2010년 걸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했다. 팀의 리더이자 보컬로 활약해온 그는 가수뿐만 아니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특유의 밝은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걸스데이 멤버들은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만료되며 각자 다른 소속사로 이적해, 개인 활동 중이다. 박소진은 지난해 3월 눈컴퍼니로 소속사를 옮기고 연기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아이돌로서는 베테랑이지만 연기자로는 아직 신인이다. 막막함이 느껴질 만도 하지만 그에게서 불안함이나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연기를 시작하고 주변을 더 자세히 보는 버릇도 생겼고 사소한 것들이 다 너무 재밌어졌단다. 그는 “제가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막막하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언젠가는 이뤄지겠지라는 생각이고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서 지금 너무나 행복한 상태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고 시청률 19.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스토브리그’의 일원이었다는 점은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박소진에겐 더없이 힘이 됐다. “전환점에서 처음 만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잘 돼서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박소진은 전환점에 대해 “그전엔 연기가 궁금해서 했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연기에 대한 마음이 훨씬 구체적이고 크다. 더 알아내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 같다. 앞으로 사람들이 볼 때 이전의 소진의 모습이 아닌 ‘배우 박소진’으로 알아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첫 걸음이 좋았던 만큼, 박소진은 당분간 연기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지금 내 모든 게 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당분간은 연기만 하고 싶다”는 박소진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에 출연하며 열일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의 매력에 대해 “훌륭한 선배들과 스태프들을 만나서 배우며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눈 앞에서 내 열정과 마주하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가수들이 가끔 버스킹을 하고 싶어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인 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박소진은 자신이 연기자로 전향함에 있어서 응원하고 지지해준 걸스데이 멤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이야기했다.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들이라 제거 더 힘을 주려고 한다. 제 제일 큰 힘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내며 “멤버들이 다 연기를 하기 때문에 고민들을 같이 나누기도 하고, 서로 스케줄이 바쁘더라도 새벽에라도 집에서 모여서 대화하고 논다. 어디서 해결할 수 없는 뭔가를 우리 안에서는 치유될 수 있는 힘이 있는 거 같다”며 걸스데이 멤버들은 본인에게 가족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된 박소진은 과거 완벽하고 욕심 많았던 ‘20대 소진’을 회상하며 현재와 마주했다. 그는 “20대 때는 스스로 많은 선들을 만들어놨다. 그래야 더 완벽해질 거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벽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며 “예전엔 나이가 들면 좋은 면이 없는 줄 알았다. 지금은 나이가 든다는게 얼마나 멋지고 괜찮은 일인지를 알게 되면서 즐기게 됐다. 조급함이 없을 순 없다. 전 모든 시작들이 다 늦었다. 그런데 이 늦음이 괜찮은 거 같다. 즐거울 땐 확실히 즐겁고, 고민할 땐 확실히 고민한다. 엉망진창이었던 것들이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다”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러다가도 “걸그룹을 10년 했기 때문에 체력은 어느누구 보다 자신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많이 습득하는 한해를 보내고 싶다. 한창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은 때여서 올해는 많이 학습하고 싶다. 굳어있고 싶지 않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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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눈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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