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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인터뷰]'사랑의 불시착' 김정현 "비극적 죽음, 그래서 더 기억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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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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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누가 그를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생계형 영화감독, 마음 약해 손해만 보는 헛똑똑이라고 기억할까. ‘사랑의 불시착’은 코믹과 진중함에서 벗어나 그에게 ‘멜로’라는 제복을 입혔다. 시작은 의문이었으나 끝은 창대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서 죽은 구승준을 부활시켜 서단과 어떻게든 만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어느새 마약같은 남자가 됐다.

종방연 직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현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탓인지 연신 웃는 얼굴이었다. “시청률이 이 정도로 잘 나올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싱글벙글했다.

“시청률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배적이진 않았어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연기를 잘 하면 좋은 결과는 주어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인기를 상상 못하고 연기했는데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마음이 고조되더라고요. 제가 재미있게 봤던 작품들 보다 시청률이 잘 나와 버리니,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김정현은 한때 윤세리(손예진)와 결혼할 뻔 했으나 공금 횡령으로 수배당해 북한으로 도망친 구승준 역을 맡아 때로는 허세도 부리고, 얄밉기도 했지만 사랑 앞에서는 자신을 던지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후반부에는 서지혜와 핑크빛 러브라인을 완성하는 듯 했으나 결말은 잔인했다. 서단(서지혜)을 구하기 위해 출국을 포기한 그는 결국 총에 맞아 서단의 품에서 생을 마감했다. 시청자들은 이 결말을 납득하지 못한 채 ‘꼭 죽여야만 했냐’고 볼멘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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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시청자 반응을 보고 승준이에게 많이 관심을 주시고, 사랑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승준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거나 장례식 장면이 등장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은근히 살아있다는 기대를 하시는 시청자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사랑의 불시착’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결말을 열어놓고 살아있을 거란 기대를 갖는다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정현 개인적으로는 구승준의 죽음을 두고 “마지막회에 조금 더 오래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15부를 찍던 당시 감독에게 “저 죽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16부 대본을 받고 결말을 알게 된 김정현은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이 나서 시청자들에게 더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종영 이후 부쩍 커진 관심을 의식했다.

극중 손예진, 서지혜와 러브라인을 형성한 그는 두 배우와의 로맨스 연기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세리랑 단이의 캐릭터가 상반되잖아요. 세리는 내가 과거에 사기꾼이였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기 때문에 마음속에 사기꾼이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를 한 반면, 단이에게는 인간적인 면이 보였던 것 같아요. 단이와의 로맨스에선 인간 구승준으로서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할 수 있었어요. 호흡이 각각 달랐고, 두 러브라인 다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또 두 분 다 리허설때 진지했고,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많이 쓰시더라고요. 그래도 편안하게 해주셔서 아이디어나 의견을 많이 낼 수 있었어요.”

많은 선배들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한편 현빈이 자신을 많이 챙겨줬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현은 “늘 점잖으시고, 나긋나긋 이야기 잘 하시고 신사다우셨다”며 “촬영 중간에도 현빈 선배님이 술도 사주시고, 다정하게 늘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현빈과 함께하는 로맨스 연기에 ‘약간의 경쟁의식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1도 없었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고 현빈 선배님과 연기한다고 해서 그런 경쟁 구도는 애초에 엄두도 안났었다”며 “단지 생각한 건 배우 대 배우로서 매력을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각 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 한다면 작품 전체로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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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전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데뷔하자마자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고, 2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 주연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 ‘시간’ 출연 당시 캐릭터에 과몰입하면서 수면 섭식 장애로 중도 하차하는 일도 겪었다. 이후 1년간 푹 쉬고 선택한 작품이 ‘사랑의 불시착’이었기에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너무 많은 걸 쥐고 가기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전에는 또 작품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고, 제 상태에 대해서도 명확함이 없었는데 감독님 때문에 명확함과 신뢰를 얻었어요. 주어진 대로 해 나가야 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했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잘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짐을 짊어지는 것 보다는 현장에서 감독님과의 대화, 배역간의 호흡에 집중했어요.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쳤고, 함께한 동료들과도 서로 진심으로 축하했어요. 지금 이 순간 인터뷰하면서 기자분들과 대화하는 것도 기쁜 일이라 생각해요.”

성공적으로 드라마에 안착한 그는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빠른 시일 내에 차기작을 선택하기 보다는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면 시기를 가리지 않고 인사드리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지금은 행복하고 기분 좋아요. 이제는 그런 기분을 내려놓고 마음의 상자에 담아 놓는 작업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좋은 추억으로 보관해 놓으려고요. 차기작에 연연하진 않으려고 해요. ‘사랑의 불시착’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처럼, 과정을 생각하면서 매 순간 즐겁게 임하고 싶어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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