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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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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타오신란 七단 / 黑 박정환 九단

조선일보

〈제10보〉(144~162)=인간이 바둑 승부에서 기계(인공지능)에 뒤지는 것 중 하나는 체면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승리에 그토록 목말라 하면서도 '좀스러운 승리'를 거부하는 프로기사들 숫자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감정 없이 냉정하게 최선의 수만 추구하는 인공지능과는 이 대목에서도 차별화된다.

144로 이어 패를 해소한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145로 따낸 흑이 두터워졌지만 △로 되따내 좌상귀가 살아선 여전한 백의 우세다. 147과 148은 맞보기성 요소(要所)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흑이 153의 승부수를 띄운 순간 백에게서 154란 첫 번째 문제수가 터진다. 참고도를 보자. 평범하게 1로 지키고 2와 3, 4와 5를 맞봤으면 백승이 유력했다.

타오신란이 참고도 1에 안 둔 것은 너무 구차스럽다고 봤기 때문. 좀 더 화려한 행마로 이기고 싶은 욕망이 비극의 씨앗이 된다. 쌍방 손빼기 고집 속에 158에 이르자 바둑이 복잡해지면서 흑에게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고, 161로 젖혔을 때 기어이 사달이 터진다. 162 끊음이 자존심이 유발한 두 번째 실착. 평범히 '가'를 선수하고 '나'를 노렸으면 역시 백의 승리였다. 흑의 반격이 본격화된다. (146…△)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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