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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SPO 인터뷰] 첫 지시는 “많이 먹어”… SK가 오원석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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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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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강화에서 맛있는 밥을 많이 먹으면… 분명 좋은 투수가 될 것 같네요”

SK의 베로비치 캠프 당시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 중 하나는 바로 2020년 1차 지명자인 신인 좌완 오원석(19)이었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야 ‘1차 지명’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선수였다. 오히려 1군 코칭스태프는 ‘몸’에 주목했다. 염경엽 SK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들은 “너무 말랐다”고 웃었다. 걱정하는 게 아니라, 진짜 웃었다.

오원석의 프로필상 체격은 182㎝에 80㎏이다. 일반인 기준에서는 충분히 건장한 수준이다. 프로에도 이보다 더 작은 선수들은 많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더 말라 보인다. 선배들은 “발목이 야구선수 같지 않다”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오원석은 “먹으면 어쨌든 찌기는 찐다. 아예 안찌는 스타일은 아닌데, 입이 조금 짧은 편이기는 하다. 그것도 노력해야 한다”고 수줍어했다.

말줄임표 앞에 “강화에서 맛있는 밥을 많이 먹으면”이라는 문장에는 SK의 현실 인식이 담겨져 있다. 지금 당장 1군에서 뭘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오원석의 플로리다 퓨처스팀(2군) 캠프 합류는 어느 정도 일찌감치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말줄임표 뒤에는 항상 희망적인 이야기만 넘친다. 1군 캠프에서 모두가 이 ‘원석’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대개 130㎞ 후반에 머물렀지만 체감 구속은 더 빠르다는 게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체구가 유연하고, 변화구 완성도의 기본 전제가 되는 손의 감각도 뛰어나다. 몇 번의 피칭으로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1군 캠프에 데려온 목적은 달성했다. 코칭스태프는 오원석에게 직접 1군 선수의 루틴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썼다. 2군 캠프에 가서 할 프로그램까지 빠짐없이 남겨주고 애리조나로 떠났다.

오원석은 “1월에 팀에 합류한 후에는 웨이트트레이닝과 가벼운 캐치볼 위주로 훈련을 했다. 사실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는 자체가 영광스럽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좋은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선배님들이 야구장에 나가서 준비하는 것을 많이 배웠다. 많이 부족한 것도 느꼈고, 선배님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사실 여기에는, 오원석을 1군 캠프에 데려온 목적의 모든 것이 다 담겨져 있다.

폼도 건드리지 않았다. 최상덕 투수코치는 “고등학교 때 잘했던 선수라 스카우트들이 널 뽑은 것이다. 네 폼으로 던져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뭔가를 급하게 만드는 시기가 아니라, 앞으로 롱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 그럴까. 오원석은 “1군 캠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많이 먹어라’였다”고 생긋 웃었다.

첫 과제를 받은 만큼 빨리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사실 몸을 만드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굉장히 지루한 싸움이다. 그러나 오원석은 “그것도 나한테 필요한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선배님들 몸이 엄청나게 좋더라. 웨이트를 할 때 많이 느꼈다. 공을 던질 때도 힘이 느껴진다. 아직 차이가 난다”고 했다. 주눅이 든 표정이 아니라, 뭔가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 생겼을 때 드러나는 조용한 투지가 느껴졌다.

SK는 5선발 자리에 변수가 있다. 김태훈이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내부에서는 선발 전환 1년차에 150이닝 이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김태훈의 휴식 기간을 책임질 다른 선발투수를 만들고 있다. 오원석은 그 후보 중 하나다. 완성형 선발로 클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게다가 우완 일색의 로테이션에서 '좌완'의 이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SK가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오원석도 “당장 1군에 올라가지 못해도, 2군에서 몸을 잘 만들고 준비를 잘해서 빠른 시일 내에 1군에서 던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첫 과제가 잘 풀린다면, 그 시기는 예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SK는 이 원석이 확실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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