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테러에 당한 보스턴 마라톤
이듬해 취소않고 성황리에 개최
밀접접촉 없는 야외스포츠 골프
안전 중요하지만 위축 능사 아냐
미국 보스턴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에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등의 ‘보스턴 스트롱’ 캠페인을 통해 후유증을 이겨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당시 결승선 근처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3명이 숨지고 264명이 크게 다쳤다. 선혈이 낭자했고 잘려나간 팔다리가 나뒹굴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다중 살상 테러였다. 사건 이후 거리는 텅 비었다. 언제 어디서 다시 테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람들은 움츠렸다. 놀랍게도 1년 후 보스턴 마라톤 참가자는 전년 대비 53% 늘어난 3만5755명이었다. 거리에 나와 마라톤을 구경한 관람객도 100만명으로 2배가 됐다. 경비는 삼엄해졌지만, 1년 전의 처참함을 고려할 때 기적이었다.
‘우리는 강하다’, ‘두려움을 이겨내자’는 ‘보스턴 스트롱(Boston Strong)’ 캠페인 효과였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도 테러 위험에 경기 취소를 검토했다가, 오히려 보스턴 스트롱의 상징이 됐다. 야구장의 유명한 그린 몬스터(초록색의 높은 좌측 담장)에 보스턴 스트롱을 새겼고,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는 하나입니다. 우리는 강합니다. 우리는 보스턴입니다”라고 외쳤다. 보스턴 스트롱이라는 구호는 소셜미디어와 자동차 유리창 등에 나붙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만 오픈, 셀트리온 마스터스를 취소한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나머지 대회는 강행키로 했다. 김남진 사무국장은 “대만 대회는 해외고, 셀트리온 대회는 제약사 스폰서라는 특성이 있다. 위생이 중요한 제약사는 대회 참가자를 통해 회사 내 감염이 일어나면 공장을 3개월간 닫아야 하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대회는 감염증 상황이 악화하지 않으면 열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자프로골프(KPGA)도 정상적으로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LPGA 투어는 19일 미국에서 열리는 볼빅 파운더스컵부터 정상 개최키로 했다. 남자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도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대회는 치른다”고 발표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공포로 위축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경제활동이 중단될 경우, 가장 어려운 사람부터 고통받게 된다. 골프대회 운영기획사인 MSAT 김성철 대표는 “일거리가 없어져 지방 출신으로 자취하는 비정규직,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휴학생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땀과 비말은 물론, 때로는 피도 묻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선수 간 신체 접촉이 없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할 경우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도 걱정되는 선수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된다. 더구나 국내 투어는 외국인 선수가 거의 없어 감염자가 참가할 가능성도 작다.
위기 상황에서 사회와 스포츠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골프 스타 박세리의 성적은 한국이 외환위기 상황이었던 1998년 가장 좋았다. 선수 자신도 위기를 느꼈을 거고, 고국의 국민에게 뭔가 희망을 주고 싶어 최고 퍼포먼스를 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임성재는 2일 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이전에는 우승 기회를 아깝게 놓친 적이 여러 차례였는데, 이번에는 마무리를 잘했다. 국가적 위기에서 숨어있던 슈퍼맨 기질이 발휘된 건 아닐까 한다.
2012년 꼴찌였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보스턴 테러와 보스턴 스트롱을 겪고 난 뒤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했다. 스스로 강하다고 얘기하니 정말 강해졌다. 보스턴 스트롱을 외치며 시민과 똘똘 뭉쳐 기적을 이뤘다. 2013년에는 보스턴 경제도 활황이었다. 그러니, 게임은 계속되어야 한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