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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건강·안전 우려” 각국 불참 선언 잇따르자 결국 1년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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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IOC 위원장 ‘도쿄 올림픽 연기’ 합의

캐나다 올림픽위 등 보이콧 행렬에 미국 압박이 결정적 영향

출전 선수들, 위험 노출·불공정 지적하며 거센 저항도 한몫

2020 도쿄 올림픽이 결국 1년 연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저녁 전화 회의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의 1년 연기에 합의했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이 연기된 것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때문이다. IOC는 올림픽 개최까지 아직 4개월 남았다는 점을 들어 강행 기조를 유지했지만 결국 연기를 결정했다. 각국 올림픽위원회의 반발과 전 세계에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저항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7월24일 개막에 이은 올림픽 경기의 안전 문제보다 지금 올림픽을 준비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불참국에 따른 불완전 올림픽, 코로나19로 훈련이 멈춘 상황에서 불공정한 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IOC는 지난 23일 4주 기한으로 올림픽 연기를 포함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고민하겠다고 밝혔지만 곧장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IOC의 연기 논의 방침 발표 직후 캐나다 올림픽위원회가 2020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IOC를 더욱 압박했다.

캐나다 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연기를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과 온 인류의 건강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곧이어 호주 올림픽위원회와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가 보이콧 행렬에 합류했다. 앞서 브라질,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등도 IOC에 올림픽 연기를 촉구했다.

24일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압박도 IOC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이날 수잔 리온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IOC는 안전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올림픽 선수단 중 최대 규모인 미국의 올림픽 연기 촉구는 IOC의 결정을 빠르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고 결국 IOC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건강과 함께 불공정 올림픽에 대한 우려도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의 수영 선수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동안 아예 훈련을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과연 7월24일 개막하는 올림픽이 공정한 올림픽일까?”라고 반문했다. 여자 수영 세계 최고 선수인 케이티 러데키도 훈련지인 스탠포드대학 수영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훈련을 중단했다.

IOC의 연기 결정이 늦어지면서 선수들의 반발도 거셌다. 영국 단거리 선수 디나 애셔 스미스는 “IOC의 우유부단은 또다시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가족들을 4주 동안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불참을 선언한 독일의 펜싱 선수 막스 하르퉁 역시 “연기 결정의 어려움은 알지만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크다. 빨리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육상선수협회가 선수 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8%가 연기에 찬성했고, 미국 체조협회도 62%가 연기에 찬성했다.

결국 사상 처음으로 하계 올림픽의 1년 연기가 결정됐다. 선수들은 이제 당장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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