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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경기 없는 K리그 구단들의 삶…시뮬레이션만 돌리고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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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0년 K리그가 아직 막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만큼 각 구단 프론트들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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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괴로운 시국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활의 갑갑함 수준을 넘어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 계층들도 상당히 많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 대처도 쉽지 않다. 경험해본 적 없으니 이쯤이면 괜찮겠지 짐작도 어렵고, 섣부른 행동도 조심스럽다.

국내 스포츠는 '올 스톱' 상태다. 그래도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조기 종료를 선언한 프로농구나 프로배구는 어쩌면 나을 수 있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는 아직 개막도 못했다. 시작 시점도 잡기 힘든 상황이다.

여느 해 같으면 이미 1달가량 경기를 소화해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할 꽃피는 봄이지만 2020년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계속 훈련만 하고 있다. 언제 시작할 것이다 알 수가 없으니 맥 빠지는 기다림이다. 구단 프런트들의 답답함 역시 매한가지다.

A구단의 한 프런트는 "계속 출근해서, 계속계속 시즌 개막 준비 중"이라며 덧없는 웃음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에는 없었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미비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갑지만 아무래도 힘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리그 개막 확정)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스케줄이 정해져야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데 답답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동소이하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계속 준비는 하는데, 뾰족하게 답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

B구단의 프런트는 "아무래도 리그 일정이 미정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정상 운영되는지 축소 운영되는지, 4월 말에는 가능한 것인지 5월로 넘어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답답할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이어 "들어오는 문의에도 제대로 답할 수 없다. 일반 팬들이나 스폰서 쪽에서 '언제부터 시작하냐' '경기 수는 어떻게 되느냐' 물어보는데 답변할 수 있는 게 없어 괴롭다"고 덧붙였다. 최소한 언제 시작한다는 것을 안다면 좋겠으나 그렇다고 프로축구연맹을 향해 "빠른 결정'을 촉구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C구단의 단장은 "분위기 파악 못하는 단체가 되면 그것도 큰 문제"라는 표현으로 심사숙고하는 것이 맞다고 동조했다. 물론, 이해하고 따르는 것과 현실적 괴로움은 다른 문제다.

이 단장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리는 것뿐이다. 이를테면, '언제가 개막'이라고 정한 뒤 그때부터 D-20 스케줄을 짜서 몇일 됐을 때는 무엇을 하고, 몇일 남았을 때는 무엇을 한다 등을 가상으로 진행한다"면서 "막상 개막이 됐을 때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다. 해당 구단 단장은 "사실 리그 축소 여부가 관건이다. 경기들이 줄어들면 각 구단들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우리도 그런 부분을 파악하고 대비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렇게 되면 이미 팔린 시즌권도 문제다.

이 단장은 "리그 경기들이 온전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가정해 티켓을 산 분들이다. 만약 축소 운영된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해드려야 하는 게 맞다. 환불이든 아니면 구단 상품이든 대체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면서 "사실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인데, 이런 에너지 낭비도 아쉬운 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아마 4월초에 이사회를 통해 어느 정도 일정의 가닥이 잡힐 것 같으나 사실 그때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시에는' 식의 가정이 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모두가 괴롭지만 그래도 버티고 기다려야하지 않겠는가"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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