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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류현진·김광현의 기약없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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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어제가 개막날인데…]

류현진, 아내 출산 눈앞인데 출입국 제한으로 캐나다 못가… 봄 캠프 훈련장엔 선수 두명뿐

김광현, 시범경기 성적 좋았지만 최근 외롭게 개인 훈련 "멘털 키우는 기회로 삼겠다"

메이저리그, 구단 최고영상 제공… '집에서 보는 개막전' 행사 열어

두 남자가 상상했던 3월 27일은 가슴 벅찬 날이었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5만여 관중 앞에서 아시아 최고 투수의 위력을 뽐낼 작정이었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개막 경기를 카디널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며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음을 실감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모두 물거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메이저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고, 둘은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플로리다주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미국은 3월 초부터 바이러스 확산이 급격해져 확진자 수가 8만명을 넘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세인트루이스로 옮기는 김광현

김광현은 다시 이삿짐을 꾸리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카디널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지였던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외롭게 개인 훈련을 해왔던 그는 4월 1일부터 세인트루이스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이어간다. 집은 구장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곳에 구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세인트루이스는 확진자가 60여명으로 미국 내에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라며 "홈 구장에서 훈련하면 구단에서 김광현에게 맞춤형 케어를 해줄 수 있다. 몸 상태는 개막일이 정해지는 대로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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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선발 눈도장을 찍기 위해 시범경기에서 고속 슬라이더를 던질 정도로 공 하나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시범경기 성적은 8이닝 5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깔끔한 성적표를 받아 5선발 진입까지 노렸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에 맞닥뜨렸다. 그사이 마일스 마이콜라스 등 부상 선수들이 복귀해 김광현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가족의 품이 그립지만 향후 출입국에 문제가 생길까봐 함부로 귀국할 수도 없다. 아내와 아들딸과 매일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을 버팀목으로 삼는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수없이 되뇌어도 위로가 되질 않는다. 어떠한 시련이 있어도 잘 참고 견뎌낼 줄 알았는데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멘털을 강하게 키우는 기회로 삼고 노력하겠다. 앞으로 다가올 더 큰 행복과 행운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플로리다에 발 묶인 류현진

류현진은 캐나다 정부가 외국인의 출입국을 제한하면서 홈 구장도 당장 갈 수 없는 처지다. 구단 직원 대부분이 떠나버린 플로리다주 더니든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여전히 지키는 선수는 류현진과 라파엘 돌리스(32·도미니카공화국) 둘뿐. 같이 캐치볼 훈련을 하던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 슌(33)도 "고향에서 몸 상태 100%를 유지하고 싶다"며 지난 25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조선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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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배지현씨가 곁에 있는 것은 큰 힘이다. 하지만 임시 거처였던 플로리다에 머무는 기간이 예상 밖으로 길어지고, 아내의 첫아이 출산일이 5월로 다가오면서 병원과 주거 문제 해결이 중요해졌다. 미국인들의 사재기 행렬로 마트에서 물품 구하기도 쉽지 않다.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베테랑 류현진이지만 온갖 변수 속에서 나 홀로 훈련에 집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에 목마른 팬들을 위해 이날 '집에서 보는 개막전(Opening Day at Home)' 행사를 열었다. MLB닷컴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을 통해 구단별 최고의 순간을 무료 영상으로 제공한다. 블루제이스의 경우 호세 바티스타가 방망이 던지기(배트 플립)를 선보인 2015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이 선정됐다. 사무국은 야구팬들의 갈증 해소를 위해 2018년과 2019년 경기 영상도 무료로 제공한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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