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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현장] 키움 모터의 슬기로운 격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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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자가격리에 들어간

외인 타자 모터와 화상 인터뷰

"고글 낀 한국 투수 인상적.

한국 라면 처음인데 맛있다"

“15분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이런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31·미국)는 현재 목동 아파트에서 머물고 있다. 26일 입국한 그는 28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KBO(한국야구위원회) 권고에 따라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1일 화상 전화로 만난 모터는 “이렇게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 좋다”며 “야구가 정말 그립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고척돔 사무실에서 키움 통역 김상민씨가 자가 격리 중인 모터에게 화상 전화를 연결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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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전화로 만난 테일러 모터. /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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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는 올 시즌 키움이 새로 영입한 타자다. 작년 28홈런 113타점으로 맹활약한 제리 샌즈가 일본 한신 타이거스로 떠나자 키움이 선택한 카드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형’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모터가 약점으로 지적된 타격에서 올 시즌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가 관심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자가 격리 시간부터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모터는 “구단으로부터 KBO리그 투수 영상을 받아 분석하고 있다”며 “다섯 팀 정도 봤는데 큰 고글을 낀 선수(KIA 양현종)의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KT의 데스파이네도 미국에서 봤던 선수라 눈길이 갔다”고 말했다. 30평(100㎡)대 아파트에 사는 모터는 공간이 협소해 배트를 휘두르는 훈련은 하기 어렵다고 했다. 간단한 팔굽혀펴기나 스쿼트 동작만 하고 있다. “2주 동안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많이 답답한 건 사실입니다.”

팀 동료인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와는 매일 통화를 한다. 셋은 목동 아파트에서 층만 다를 뿐 같은 동에 산다. 하지만 전화로만 만날 수 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모두 답답해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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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전지훈련 당시 테일러 모터의 타격 모습. /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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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의 일상은 단순하다. “오늘은 아침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점심으로는 서브웨이를 먹었어요. 음식은 통역이 문 앞에 갖다주는 닭이나 돼지고기로 조리를 해먹곤 합니다.” 한국 라면도 처음 먹어봤다고 했다. “라면이 꽤 맛있네요. 제가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인데 밖을 못 나가니 많이 아쉬워요.” 그리운 미국 음식이 있느냐고 묻자 “아직은 없다. 잘 참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야구가 없는 삶이 슬프다고 했다. 그래서 격리가 끝나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경기가 열리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견뎌내고 있어요. 야구만 할 수 있다면 무관중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보고 싶어하는데 KBO리그가 희망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고척=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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