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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나홀로 리그’ 강행… 비난 받는 벨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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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유럽축구 멈췄는데… / 감염병 방역 기본 원칙 무시 / 루카센코 대통령 의지 강력 작용 / 유관중 경기 열정적 응원전 연출 / 10개국에 중계권 판매 특수 누려 / 국제프로선수협회 “이해 못 할 일”

세계일보

지난달 28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FC민스크와 디나모 민스크의 벨라루스 프로축구리그 경기에서 관중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민스크=AFP연합뉴스


벨라루스 프로축구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랭킹 25위에 불과한 변방 리그다. 그런데 이런 벨라루스 축구가 최근 때아닌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리그가 중단된 가운데 유럽에서 유일하게 리그를 정상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유럽리그와 달리 한국처럼 춘추제를 운영 중인 벨라루스리그는 지난달 18일 개막했다. 코로나19의 유럽 내 대규모 확산으로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5대 빅리그가 이미 중단된 시점으로 이후 리그에 소속된 16개팀이 2경기씩을 치렀다. 지난달 28일 FC 민스크 대 디나모 민스크의 더비경기에서는 3000여명의 관중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열정적 응원을 펼치는 ‘코로나 시대’답지 않은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럽 유일의 축구리그가 되면서 러시아, 이스라엘, 인도 등 10개국에 중계권을 판매하는 등 ‘코로나 특수’까지 누리는 중이다.

이런 벨라루스의 리그 강행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전 세계 6만5000여명의 프로축구 선수를 대표하는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도 반발하고 나섰다. Fifpro의 오나스 바어 호프만 사무총장은 1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벨라루스에서는 축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를 못 할 일”이라면서 “다른 나라들이 하는 주의 조치를 똑같이 실행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벨라루스의 기준이 왜 국경 넘어 나라들과 다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현지에서도 걱정하는 선수들이 있다. 상식적으로 벨라루스에도 다른 나라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도록 국제축구연맹(FIFA)과 UEFA에 로비를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벨라루스가 Fifpro의 압박에 리그를 곧바로 중단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벨라루스의 ‘나 홀로 축구’는 1994년부터 26년째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등 비교적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멀리 떨어졌던 벨라루스도 확진자가 100명에 육박하는 등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향후에도 리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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