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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코트 떠나는 ‘살아있는 전설’…양동근 “난 운이 좋은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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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양동근 은퇴 기자회견 / 군 복무 제외한 14시즌 종횡무진 / 정규리그 MVP 4회 등 수상 경력 /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 / 한발 더 뛰는 농구로 팀 기둥 역할 / 구단, 등번호 6번 영구결번 예정 / 지도자로 제2의 인생 준비 계획

“난 운이 좋은 선수였다. 좋은 환경, 좋은 선수, 좋은 감독과 코치님들 밑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생활했다.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세계일보

17년간 종횡무진 누볐던 프로농구 코트를 떠나는 양동근(39·사진)이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길게 한 말은 가족부터 숙소 식당 이모님까지 주변에 대한 감사인사였다. 또한 “농구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쏘리’와 ‘땡큐’였다. 패스 잘 못 해줘서 미안했고, 그런데도 잘 넣어줘서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공을 남에게 돌리길 좋아하는 겸손한 선수였다.

양동근은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19∼2020시즌이 어수선하게 끝나 은퇴 소식도 생각보다 조금은 일찍 전하게 됐다. 마지막 시즌 6라운드에 자신의 등번호인 6번 대신 세상을 떠난 친구 故 크리스 윌리엄스의 등번호인 33번을 달고 뛸 예정이었지만 조기 중단으로 못하게 된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그가 지난 세월 KBL에 남긴 족적만큼은 ‘살아 있는 전설’로 대접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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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것이 양동근이 17년간 한 팀에 머물며 ‘현대모비스의 심장’이 되는 출발점이었다. 2004∼2005시즌 신인상과 수비 5걸에 이름을 올리며 전설의 시작을 알린 그는 상무 복무기간을 제외한 14시즌 동안 665경기에서 평균 33분6초를 뛰면서 11.8점, 5.0어시스트 등을 기록했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챔피언전결정전 MVP 3회, 시즌 베스트5 9회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특히 KBL 사상 챔피언 반지 6개를 소유한 유일한 선수이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의 주역이기도 하다.



양동근이 이렇게 KBL의 역사가 되게 해준 원동력은 타고난 성실함이다. 주변에서 “양동근의 사전에는 ‘게으름’이라는 단어는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고참으로 쉬엄쉬엄해도 될 만했지만 그는 KBL의 시즌 조기 종료 발표 직전까지도 흠뻑 젖은 연습복을 입고 있었다. 이런 성실함이 안겨 준 선물이 꾸준함이었다. 그는 매 시즌 기복 없는 실력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 발 더 뛰는 농구로 든든한 팀의 기둥 역할을 다했다. 구단은 이에 양동근의 등번호 6번을 영구결번하고 다음 시즌 개막전에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 베테랑의 헌신에 감사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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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양동근에게는 ‘명장’ 유재학 감독이라는 ‘멘토’의 존재도 큰 행운이었다. 양동근의 데뷔 때부터 함께하며 여섯 번의 우승을 일궜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도 같이 누렸다. 유 감독은 “그가 없는 코트는 당분간 어색할 것 같다”면서 “KBL에서 동근이처럼 오랫동안 꾸준하게 생활한 선수는 (김)주성이 말곤 없는 것 같다”며 애제자를 극찬했다. 양동근도 “어렸을 때 감독님은 굉장히 냉정하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준비가 철저하시다. 꼭 못 보는 부분만 지적하신다. 많이 배우고 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준 분”이라고 유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양동근은 이제 1년간 미국에서 연수를 통해 지도자라는 제2의 인생을 위한 준비를 할 계획이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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