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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vs 타인의 기억을 읽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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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대한 고찰… 수목극 2題 / MBC ‘그 남자의 기억법’ / 과잉기억증후군 있는 방송사 앵커의 / 상처 보듬고 치유해 가는 멜로드라마 / tvN ‘메모리스트’ / 사이코메트리란 초능력 가진 형사와 /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 추적 수사물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는 남자.

기억에 대해 고찰하는 두 편의 드라마가 눈길을 끈다. MBC ‘그 남자의 기억법’과 tvN ‘메모리스트’다. 수목극이란 공통점도 있다. 방송 시간대가 달라 비교해 가며 볼 만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같은 아픔이 있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며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 방송사 앵커 이정훈에겐 과잉기억증후군이란 비밀이 있다. 여자친구의 죽음, 잊고 싶은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신예 배우 여하진은 살기 위해 그 기억을 지워야 했다. 정훈의 여자친구는 하진의 단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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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극 ‘그 남자의 기억법’의 두 주인공 이정훈(김동욱·왼쪽)과 여하진(문가영). 사랑에 빠지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MBC 제공


멜로물답게 결정적인 한 방은 없지만 배우들이 안정감 있게 극을 끌고 간다. 지난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MBC 연기대상을 거머쥔 김동욱은 이정훈으로 변신해 차분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이 역할을 위해 체중을 14㎏ 감량하는가 하면, 뉴스를 찾아보고 앵커에게 조언을 구하며 말투를 연습했다. 상대역인 문가영은 통통 튀는 매력, 싱그러움으로 생동감을 더한다.

‘메모리스트’는 신체를 접촉하면 그 사람의 기억을 스캔하듯 읽어내는 사이코메트리란 초능력의 소유자인 형사 동백(유승호)과 프로파일러 한선미(이세영)가 연쇄살인범을 쫓는 수사물이다.

이들에게도 같은 아픔이 있다. 동백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처참히 살해당하는 모습만 흐릿하게 남아 있다. 선미도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트라우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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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수목극 ‘메모리스트’의 두 주인공 동백(유승호·왼쪽)과 한선미(이세영). 공동의 적,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공조한다. tvN 제공


동백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지만 선미는 냉철한 이성을 유지한다. 이들은 호흡을 맞추며 사건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드라마는 공권력의 사각지대, 사이비 종교, 특종에 집착하는 언론의 행태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그려낸다. 그런 설정이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아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이세영은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최연소 총경으로서 강단,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주인공들 사이에 흔한 러브라인 없이 사건의 수사과정에 집중하는 건 이 드라마의 미덕이다.

과잉기억증후군과 사이코메트리란 소재가 신선하진 않다. 둘 다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양하게 변주돼 왔다. 유승호는 4년여 전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과잉기억증후군이 있는 변호사로 열연한 바 있다. 사이코메트리는 지난해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2013년 영화 ‘사이코메트리’에서도 다뤄졌다.

이 때문인지 ‘그 남자의 기억법’과 ‘메모리스트’ 모두 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매주 수·목요일 오후 8시55분, ‘메모리스트’는 오후 10시50분에 방송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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