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대한 고찰… 수목극 2題 / MBC ‘그 남자의 기억법’ / 과잉기억증후군 있는 방송사 앵커의 / 상처 보듬고 치유해 가는 멜로드라마 / tvN ‘메모리스트’ / 사이코메트리란 초능력 가진 형사와 /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 추적 수사물
기억에 대해 고찰하는 두 편의 드라마가 눈길을 끈다. MBC ‘그 남자의 기억법’과 tvN ‘메모리스트’다. 수목극이란 공통점도 있다. 방송 시간대가 달라 비교해 가며 볼 만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같은 아픔이 있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며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 방송사 앵커 이정훈에겐 과잉기억증후군이란 비밀이 있다. 여자친구의 죽음, 잊고 싶은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신예 배우 여하진은 살기 위해 그 기억을 지워야 했다. 정훈의 여자친구는 하진의 단짝이었다.
MBC 수목극 ‘그 남자의 기억법’의 두 주인공 이정훈(김동욱·왼쪽)과 여하진(문가영). 사랑에 빠지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MBC 제공 |
멜로물답게 결정적인 한 방은 없지만 배우들이 안정감 있게 극을 끌고 간다. 지난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MBC 연기대상을 거머쥔 김동욱은 이정훈으로 변신해 차분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이 역할을 위해 체중을 14㎏ 감량하는가 하면, 뉴스를 찾아보고 앵커에게 조언을 구하며 말투를 연습했다. 상대역인 문가영은 통통 튀는 매력, 싱그러움으로 생동감을 더한다.
‘메모리스트’는 신체를 접촉하면 그 사람의 기억을 스캔하듯 읽어내는 사이코메트리란 초능력의 소유자인 형사 동백(유승호)과 프로파일러 한선미(이세영)가 연쇄살인범을 쫓는 수사물이다.
이들에게도 같은 아픔이 있다. 동백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처참히 살해당하는 모습만 흐릿하게 남아 있다. 선미도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트라우마가 있다.
tvN 수목극 ‘메모리스트’의 두 주인공 동백(유승호·왼쪽)과 한선미(이세영). 공동의 적,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공조한다. tvN 제공 |
동백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지만 선미는 냉철한 이성을 유지한다. 이들은 호흡을 맞추며 사건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드라마는 공권력의 사각지대, 사이비 종교, 특종에 집착하는 언론의 행태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그려낸다. 그런 설정이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아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이세영은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최연소 총경으로서 강단,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주인공들 사이에 흔한 러브라인 없이 사건의 수사과정에 집중하는 건 이 드라마의 미덕이다.
과잉기억증후군과 사이코메트리란 소재가 신선하진 않다. 둘 다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양하게 변주돼 왔다. 유승호는 4년여 전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과잉기억증후군이 있는 변호사로 열연한 바 있다. 사이코메트리는 지난해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2013년 영화 ‘사이코메트리’에서도 다뤄졌다.
이 때문인지 ‘그 남자의 기억법’과 ‘메모리스트’ 모두 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매주 수·목요일 오후 8시55분, ‘메모리스트’는 오후 10시50분에 방송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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