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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견인할 한국 체육의 새로운 힘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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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전 세계 스포츠가 모두 멈췄다. 팬데믹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이다. 임박했던 2020도쿄올림픽도 1년 뒤로 미뤄졌다. 멈춘 건 스포츠 시계 뿐만 아니다. 인간의 삶마저도 구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변화의 폭도 전방위적이다. 코로나 19가 향후 인류의 새로운 판짜기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진단은 짜장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고 이 참에 한국 스포츠도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 스포츠는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스포츠를 오로지 타자와의 대결,즉 경기력으로만 놓고 접근했던 과거의 낡아빠진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팬데믹으로 확산된 코로나 19는 전 세계에 많은 교훈을 안겨줬다. 전 세계가 관계망으로 이어진 초연결사회에서 바이러스 문제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의 재앙이 됐다. 글로벌화된 지구촌 사회에서 예측하기 힘든 돌출변수는 늘 상존하며 이것들이 인류를 끊임없이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도 비로소 깨닫게 됐다. 대자연앞에 선 인간은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이며 따라서 나약한 자들의 생존방식은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은 국가는 역설적으로 미국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인간의 오만함과 경솔함이 재앙의 가장 큰 씨앗이라는 사실은 이번 사태의 맥락을 관통하고 있는 유효한 진리로 부족함이 없다.

한국 스포츠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무엇을 깨달았을까. 단연코 팬의 중요성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는 팬을 객체로만 여겼다. 팬은 더 이상 객체가 아니라 스포츠의 당당한 주체라는 사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입증됐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충격적으로 체험했다. 텅빈 관중석,열기가 빠져버린 공간에서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하면서도 기이한 행위였는지 선수들은 직접 피부로 느끼면서 팬의 주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중의 함성속에 뿜어져 나온 화려한 경기력의 원천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경기에 몰입해 멋진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한 그 무엇이 결국 팬의 힘이라는 걸 왜 미처 몰랐던가. 머리로 사유하지 않고 몸으로 터득한 팬의 중요성,이게 바로 한국 스포츠가 이번 사태를 통해 얻어낸 가장 값진 선물이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으며 그걸 직접 경험하면서 팬은 더이상 스포츠의 객체가 아니라 스포츠의 당당한 주체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을 체화된 진리로 받아들이게 됐다. 팬이 스포츠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라는 사실은 향후 한국 스포츠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확신이다.

스포츠의 새로운 가치도 이 참에 다양하게 발굴했으면 좋겠다. 오로지 타자를 꺾고 승리의 희열감만 느끼는 게 스포츠의 전부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스포츠는 승리 지상주의와 그와 연관된 보상,즉 부와 명예를 얻는데만 집중했다. 잠재돼 있는 스포츠의 내재적 가치를 발굴해 이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견인할 중심가치로 내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자를 꺾으면서 획득할 수 있는 성공과 명예라는 개인적인 가치를 훌쩍 뛰어넘어 보자. 스포츠에는 건강한 공동체를 담보할 수 있는 훌륭한 가치가 많다. 코로나 19라는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염두에 둔 한국 스포츠계의 새로운 준비는 바로 이러한 가치의 발굴과 정립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새로운 가치의 발굴과 정립 또한 고립된 스포츠의 영역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찾아야 그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다. 타자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게 스포츠의 유일한 가치로 치부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스포츠의 가치도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시민사회의 눈높이에 맞게 변해야 한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연대와 배려,그게 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스포츠의 중심부로 진입해야할 의미있는 가치들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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