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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코로나19로 멈춘 전 세계 스포츠에 일어난 웃지 못할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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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받은 월드컵 알파인스키 우승 트로피 / 데뷔전도 못 치르고 물러난 UAE 국가대표팀 감독 / ‘얌채짓’에 철퇴맞은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리버풀

세계일보

올 시즌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여자 알파인 종합우승을 차지한 페데리카 브리뇨네가 지난 3월 자신의 집 거실에서 택배로 배달된 우승 트로피에 키스를 하고 있다. 페데리카 브리뇨네 SNS 캡쳐.


코로나19가 전 세례로 확산되며 벌써 한달 가까이 전 세계 스포츠가 멈췄다. 길게는 100년 이상, 짧게는 십여년 쉼없이 돌아가던 수많은 이벤트들이 일제히 중단된 사상 유례없는 시기가 도래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인만큼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도 온통 유례없는 일 뿐이다. 때로는 허탈한 웃음, 때로는 씁쓸한 한숨, 때로는 분노를 일으키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난다.

올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챔피언은 택배를 통해 챔피언 트로피를 수령했다. AP통신은 7일 “올해 월드컵 알파인 스키 여자부 우승자 페데리카 브리뇨네(30)가 크리스털 글로브를 택배를 통해 받았다”고 보도했다. FIS 월드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 일정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중도에 막을 내렸고, 중단 직전까지 종합 1위를 달리고 있었던 브리뇨네가 챔피언으로 인정받았다.

정상적인 시즌이었다면 큰 주목과 환호 속에 받았어야 하는 트로피였다. 최근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의 4연패를 막아서고 만들어낸 우승이었기 때문. 게다가 이탈리아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알파인 여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한 터라 영광은 더욱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이 봉쇄되며 트로피는 시상식장에서 직접 전달되는 대신 브리뇨네의 부모님 집으로 배송될 수밖에 없었다. 브리뇨네의 남동생이 “이거 누나가 주문한 거야?”라는 물음과 함께 보낸 사진을 받은 뒤에야 그는 집으로 달려가 9㎏에 달하는 종합우승 트로피와 3.5㎏에 달하는 대회전, 복합 우승 트로피 등 3개의 트로피를 수령했다. 브리뇨네는 3월 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 거실에 앉아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영광을 자축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는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부임 이후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사령탑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UAE 축구협회는 6일 “기술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이반 요바노비치 감독과의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요바노비치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지난해 12월부터 UAE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기간은 6개월로 UAE가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얼마든지 계약은 연장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데뷔전으로 열릴 예정이던 말레이시아와의 홈 경기가 취소된 데 이어 모든 A매치 일정이 중단되자 결국 UAE 축구협회가 감독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코로나19로 요바노비치 감독은 자신을 증명할 기회조차 잃은 채 축구계의 야인으로 돌아갔다.

세계일보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 게이트에 그려진 리버풀 엠블럼. 리버풀=AFP연합뉴스


리그 중단으로 전세계 구단들이 경영난에 직면한 가운데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세계적 빅클럽이 직원 해고에 나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챔피언 리버풀이 문제의 팀. 이들은 지난 4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정압박으로 경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일부 직원을 일시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리버풀 측은 “일시 해고된 직원들의 급여는 100% 지급될 것이다”라고 발표했지만 이 결정은 곧바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제도를 이용해 일시 해고 상태인 직원의 급여 중 20%만 구단이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하려는 의도로 의심받았기 때문. 구단이 내야할 임금을 정부에 떠넘긴 셈이다. 게다가, 리버풀이 지난 2월에만 4200만 파운드(약 636억 원)의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리버풀은 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사과한다”면서 해고 철회를 알렸다.

그러나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팬들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하기 위한 스포츠인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온라인 스포츠 이벤트도 이중 하나. 이번엔 코로나19로 취소된 마드리드오픈 테니스대회가 가상 현실에서 펼쳐진다. 마드리드오픈 대회 조직위원회는 7일 “테니스 스타 선수들이 집에서 라켓 대신 게임 조종기를 잡고 테니스 온라인 대결을 펼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27일부터 30일까지로 남녀 단식에 각각 16명씩 선수가 출전해 우승자를 가리고 15만유로(약 2억원)의 상금 일부는 테니스 대회 중단으로 생계에 곤란을 겪는 동료 선수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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