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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한창 바람 부는데…‘연’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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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11월 연기 피해자들



경향신문

우즈 ‘챔피언스 만찬’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터스는 연기됐지만 디펜딩 챔피언인 타이거 우즈는 예정된 챔피언스 디너를 가족들과 즐겼다. 우즈는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그린 재킷을 걸친 뒤 우승 트로피를 테이블 위에 놓고 가족들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우즈는 “자가격리 스타일의 마스터스 챔피언스 만찬.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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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확률 1순위 꼽힌 매킬로이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세 꺾여

상승 흐름 타던 임성재도 아쉬움

‘첫 메이저 꿈’ 노장 웨스트우드

‘내일 기약할 수 있을까…’ 탄식


골프의 ‘봄의 의식’이었던 마스터스가 11월로 연기된 것은 누구에게나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겐 연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한창 상승 곡선을 타던 선수들에게는 연기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연은 바람 불 때 날려야 한다.

8일 더스코어닷컴이 한창 바람이 부는데 연을 날릴 수 없게 된 선수 1위로 꼽은 게 로리 매킬로이다.

매킬로이에게 이번 마스터스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매킬로이는 마스터스만 우승하면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지난 5번의 도전에선 모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는 베팅업체들이 꼽은 우승 확률 1순위였다. 올 시즌 6번 대회에 출전해 6번 모두 톱10에 진입할 만큼 안정된 기량을 보였다. 평균 타수 1위(68.437타), 톱10 진입 1위(6번), 드라이버 비거리 2위(320.2야드) 등 모든 수치가 그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가리키고 있었다.

타이거 우즈와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같은 강자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도 매킬로이의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매킬로이에겐 건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띄울 연이 없어졌다.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던 임성재(CJ대한통운)와 브라이슨 디샘보, 웹 심슨도 입맛을 다실 것 같다. 임성재는 현재 1458점으로 페덱스컵 랭킹 1위, 상금 386만2168달러(약 47억원)로 2위다. 평균 타수는 10위(69.623타).

혼다 클래식 우승에 이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3위를 차지하며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던 참이어서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까지 노려볼 만했다.

디샘보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공동 5위), 월드골프챔피언십 멕시코챔피언십(2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4위) 등 최근 3개 대회 연속 톱5에 올랐다. 디샘보는 드라이버 비거리 부문에서 미국프로골프(PGA) 전체 1위(321.3야드)를 달리고 있다. 심슨도 시즌이 중단되기 전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골프를 치고 있었다. 최근 5개 대회에서 1위와 2위, 3위를 각각 한 차례씩 차지했다. 평균 타수 68.628타로 2위다.

경향신문

로리 매킬로이 | 임성재 | 리 웨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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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도 리 웨스트우드만큼 아쉽지는 않을 것이다. 47살의 노장인 웨스트우드에겐 내일을 기약할 시간이 많지 않다. 웨스트우드는 5대륙 우승 기록과 함께 통산 44개의 트로피를 수집한 레전드지만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다.

지난 1월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비교적 궁합이 좋았던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어보겠다는 집념을 불태우고 있었지만 마스터스 연기로 힘이 빠지게 됐다. 현재의 폼을 유지하기에는 11월은 너무 멀고, 47살의 몸은 믿을 수 없다.

코로나19가 부른 나비의 날갯짓이 7개월 후 늦가을의 오거스타에서 어떤 태풍으로 돌아올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매킬로이도, 임성재도, 웨스트우드도 지금의 좋은 ‘흐름’을 탈 기회를 놓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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