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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역부족이었던 현주엽 감독의 지난 3년, 새드엔딩으로 끝나다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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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현주엽 감독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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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현주엽 감독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창원 LG 세이커스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그에게 지난 3년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LG는 9일 "2019-2020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현주엽 감독과의 재계약 검토 과정에서 현주엽 감독 본인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주엽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2017년 친정팀 LG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LG는 전 시즌 트레이드로 '조선의 슈터' 조성민을 합류시켜 '윈나우'를 노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도자 경험이 없던 현주엽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며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결국 현주엽 감독과 LG의 지난 3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현주엽 감독의 2017-18시즌 첫 화두는 외국인 선수 구성이었다. 슈터 조성민, 포인트가드 김시래, 센터 김종규 등 국내 선수진에서 국가대표 라인업을 갖춘 상태였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구성 여부에 따라 우승을 도전할 수 있었다.

현주엽 감독은 여기서 전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친 제임스 메이스(평균 21.85점, 11.94리바운드)와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하고 트라이아웃을 통해 새 얼굴 조쉬 파월, 프랭크 로빈슨을 선택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부상과 부진으로 조기 교체됐고 조나단 블록, 제임스 켈리, 에릭 와이즈를 교체 선수로 데려왔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면 서울 SK는 애런 헤인즈의 대체 선수로 현주엽 감독이 재계약을 포기한 메이스를 데려와 2017-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현주엽 감독의 용병 선택이 실패로 귀결됐음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첫 단추부터 꼬인 현주엽 감독은 전술과 전략 면에서도 특별한 점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슈터 조성민을 위한 패턴 부재가 끊임없이 지적됐다.

조성민은 현주엽 감독 아래서 자신의 장기인 3점슛과 투맨게임을 발휘하지 못하며 부진했다. 이어 팀의 기둥인 김종규까지 부상을 당한 LG는 2017-18시즌 9위(17승37패)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현주엽 감독은 2018-19시즌을 앞두고 자신이 재계약을 포기했던 메이스를 데려와 승부수를 띄웠다. 단신 용병도 돌파력이 뛰어난 조쉬 그레이를 영입하며 가드진을 보강했다.

탄탄한 선수진을 갖추게 된 LG는 2018-19시즌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하며 우승을 넘봤다. 그러나 현주엽 감독의 전술적 역량의 아쉬움은 계속됐다. 김시래, 조성민, 김종규 등 걸출한 국내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메이스, 그레이에게만 의존하는 공격 패턴이 이어졌다.

또한 현주엽 감독은 스몰포워드 포지션 수비에서의 미스매치를 극복하지 못했다. 강한 가드진과 센터진에 비해 스몰포워드 자원이 부족했던 LG는 도움 수비를 펼치며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무더기 3점을 맞기 일쑤였다.

지역방어 등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유독 더블팀 후 로테이션 수비를 강조했고 이러한 운영은 단기전 체력 문제로 이어져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인천 전자랜드에게 무릎을 꿇는 빌미가 됐다.

현주엽 감독은 2017-18시즌 후 FA 시장에서도 잡음을 나타냈다. LG는 FA 신분이었던 김종규와 타 팀과의 사전접촉을 KBL에 이의제기를 신청할 정도로 신뢰가 무너진 사실을 노출했다. 이 과정에서 현주엽 감독과 김종규의 통화가 불법 녹취됐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부정적인 시선을 받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주전 센터인 김종규를 잃은 현주엽 감독은 김동량, 정희재 등 준척급 자원들과 새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을 영입하며 임기 마지막 시즌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여전히 라렌에게 공격을 의존하며 팀 득점력을 떨궜다.

결국 LG의 2019-20시즌은 16승26패 9위로 마감됐다. 득점력은 72.6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단 한 번의 상위권 진출도 넘보지 못하고 희망 없이 시즌을 마쳤고 현주엽 감독은 LG 사령탑에서 쓸쓸히 물러났다.

준비되지 않았던 현주엽 감독의 지난 3년은 그의 '역량 부족'을 드러낸 시간들이었다. 현주엽 감독이 부족했던 시간들을 딛고 일어서 KBL 무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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