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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돈줄’ 막히고 하늘길 끊겨…축구 이적시장 ‘발길’도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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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일정 예측 못하는 데다 구단들 재정 압박에 선수 영입 중단

국가 간 이동 제한, 외국 선수 데려올 스카우트 파견·검증도 막혀

경향신문

돈줄이 막히니, 발길도 묶인다.

코로나19 확산에 개막이 연기된 K리그가 올여름 이적시장도 개점휴업을 각오해야 할 처지다.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9일 “K리그 개막이 연기되면서 이적시장도 제동이 걸렸다”며 “올해는 구단들이 전력 보강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K리그는 보통 봄을 보내면서 전력 보강을 준비한다. 여름 이적시장(6월25일~7월22일)이 열리기 3개월 전부터 움직임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그 흐름이 끊겼다는 게 에이전트 업계의 설명이다.

K리그 1~2부를 통틀어 21개 구단(군팀 상주 상무 제외)이 대부분 추가 영입에 난색이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총 76명(국내 선수 61명·외국인 선수 15명)이 새롭게 그라운드를 밟았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다.

축구계는 여름 이적시장이 얼어붙은 배경을 세 가지 측면에서 찾고 있다.

그중 코로나19 확산으로 K리그 개막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각 구단들이 경기를 치르다보면 부상 혹은 전력의 취약점을 파악해 이적을 추진할 텐데, 이번 시즌은 출발선부터 불투명하다 보니 이적시장에 불을 붙이는 선수 수요 자체가 사라졌다.

‘하늘길’이 막힌 것도 크다. 핵심 전력으로 간주되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면 스카우트를 현지로 파견해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실상 이동이 통제되면서 선수를 보기 위해 날아갈 수도, 누구를 데려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올여름 비어있는 외국인 선수 쿼터 두 자리를 채우겠다고 공개 선언했던 전남 드래곤즈조차 고민에 빠져있을 정도다.

구단들이 지갑을 열기에 부담스러운 환경도 이적 시장을 냉각시킨 요인이다. 구단들의 파산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는 유럽이나 호주처럼 국내 구단들이 재정난에 허우적댈 정도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비상 경영’에 돌입해 있다.

기업 구단들은 모기업의 재정 상태에 따라 예산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시·도민구단들은 따놓은 당상처럼 여겼던 추경 예산이 사라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기존 선수들의 임금 삭감까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터여서 외부 영입이 ‘0입’(한 명도 영입하지 않는다는 뜻)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파격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 이적시장은 원래 예정된 K리그 개막일(2월29일)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개막이 연기된 것을 감안해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유럽의 이적시장을 8월 말이 아닌 연말까지 연장하고 사실상 상시 이적으로 바꾼 것도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개막이 늦춰진 상황에서 기존 일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구단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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