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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우리가 믿은 나경복, 1위 찍고 MVP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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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수상

신인상 출신, 성장 더뎌 비난도

국내파 득점 1위, 공격 종합 2위

여자부는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

중앙일보

나경복(왼쪽)과 양효진이 9일 프로배구 시상식에서 남녀 MVP로 선정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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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복 믿고 간다.”

2018년 9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프로배구 코보컵 대회에서 신영철(56) 우리카드 감독이 했던 말이다. 당시 새로 부임한 신 감독은 시범경기나 마찬가지인 코보컵에서 선수들을 다양하게 테스트해봤다. 그리고는 주전 레프트로 나경복(26)을 낙점했다. 그 자리 붙박이에서 밀려난 최홍석은 그해 11월 한국전력에 트레이드됐다.

신영철 감독의 파격적인 결정에 대한 우려가 컸다. 나경복은 2015년 1라운드 1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해 신인상까지 탔지만, 기복이 심했기 때문이다. 공격과 수비를 다 잘해야 하는 포지션인데, 그는 수비(리시브)가 약했다. 강서브에 놀라 엉거주춤한 자세로 공을 받는 일이 많다 보니 범실도 잦았다.

가뜩이나 팀이 하위권에 처져 있는데, 1순위로 입단한 대형 유망주가 기대에 못 미치자 팬들 실망이 컸다. 나경복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욕설 댓글로 도배되기도 했다. 그는 “성격이 단순한 편인데도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계정을 다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랬던 나경복이 2019~20시즌 남자부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30표 중 18표를 받았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베스트 7에도 이름을 올렸다. MVP 경쟁자였던 대한항공 안드레스 비예나(27·스페인)는 득점(786점)과 공격 종합(성공률 56.36%)

1위다. 하지만 팀이 2위를 하면서 1위 팀 에이스 나경복을 넘지 못했다.

신영철 감독은 나경복의 나쁜 버릇을 세세하게 뜯어고쳤다. 무엇보다 리시브가 좋아졌다. 20%대에 미치지 못했던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30.64%로 올랐다. 공격도 빠지지 않았다. 올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491득점으로 이 부문 6위를 차지했다. 공격 종합에서도 성공률 52.92%로 4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를 빼면 득점 1위, 공격 종합 2위였다.

나경복의 활약 속에 우리카드는 창단 후 처음 1위에 올랐다. 신영철 감독도 감독 생활 16년 만에 처음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신 감독의 선택이 2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만년 하위권 팀 우리카드는 최고 시즌을 보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규시즌이 조기 종료돼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가 "정규리그 결과의 표현 방식을 (우승 또는 준우승 대신) 순위로 변경한다”고 의결했다. 우리카드는 ‘우승팀’이 아닌 ‘1위 팀’이 됐다. 그래도 나경복의 MVP 수상으로 뒤늦게나마 환호했다. 우리카드 출신 MVP는 처음이다.

여자부에서는 센터 양효진(31·현대건설)이 30표 중 24표를 얻어 MVP가 됐다. 이다영(24·현대건설), 발렌티나 디우프(27·KGC인삼공사)는 3표씩 받았다. 2013년부터 7년 연속 연봉 퀸이지만, MVP 수상은 처음이다. 올 시즌 그는 10시즌 연속 블로킹 1위(세트당 0.853개)를 차지했고, 센터 중 최다인 429득점(전체 6위)을 기록했다. 여자부 최초로 5500득점(5562점), 블로킹 성공 1200개(1202개)도 돌파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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