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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제 21대 국회에 거는 체육계의 기대 …높이보다 중요한 깊이의 함의(含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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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4·15총선이 여당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180석 슈퍼여당의 탄생에 담겨있는 민의(民意)가 제대로 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과 교감하면 질적 도약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첨예한 이념대결로 갈등이 양산된 정치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체육만큼은 진영의 논리를 떠나 순수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청취하고 살아 숨쉬는 정보를 훼손되지 않게 취합해 이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는 게 정책의 바람직한 선순환 과정이다.

그러나 최근의 체육 정책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의 체육농단이 국정농단으로 비화돼 몰락한 박근혜 정권은 말 할 것도 없고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에서조차도 체육만큼은 유독 퇴행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선무당처럼 체육을 이끌고, 용기없는 정부는 멀뚱멀뚱 눈치만 살피다 이를 묵인하는 ‘새로운 관치체육’의 도래에 뜻있는 체육인들은 깊은 한숨만 토해내고 있다.

기대했던 문재인 정권의 체육정책은 낙제점 수준이다. 전 정권에서 저지른 체육의 패악이 너무나 컸기에 개선은 고사하고 원상태로 되돌려놓기만 해도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었건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하는 게 별로 없다. 4·15총선으로 새롭게 구성될 제 21대 국회에 체육계가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단히 얽혀 있는 체육계의 제반 문제점은 과연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체육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최순실의 체육농단이 아직까지 단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는 건 역설적으로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단초다. 문재인 정권이 체육계의 적폐청산에 실패한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강제 퇴직한 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문재인 정권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제 2차관으로 부임한 게 불행의 단초가 됐다. 그는 적폐청산에 눈을 질끈 감으면서 조직을 지켜냈다. 적폐를 가리면 문체부의 부역 혐의를 인정하게 되는 논리적 구도에서 노 차관은 정의보다 정을 택하며 조직을 감쌌다.

생명력이 남다른 체육계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최순실과 그의 하수인이었던 김종 전 차관에 부역했던 다수의 적폐들은 실체를 숨기기 위해 여당에 선을 대면서 체육을 정치화하는 데 앞장섰다. 그들의 생존 본능은 강했다. 최순실에게 미운 털이 박힌 피해자를 오히려 체육개혁의 대상자로 뒤바꿀 만큼 잔인한 술수를 썼다. 부역자들은 요란한 분칠을 하고 체육개혁의 주체로 위장하는 데 성공했다. 정치인은 부역자들을 개혁세력으로 둔갑시키고 희생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낙인찍는 전위부대가 됐다. 체육계는 거짓과 불의가 진실과 정의를 능멸하는 추악한 세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제 21대 국회에서는 거꾸로 선 체육계를 바로 세웠으면 좋겠다. 거꾸로 선 체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찾아내는 게 선결 과제다. 바로 끼워야할 첫 단추는 바로 최순실의 체육농단이 아닐까 싶다. 최순실의 체육농단이 광범위하게 벌어졌지만 범위를 너무 크게 잡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최순실의 입김으로 시도된 대통령의 하명사건을 추적해보면 적폐 청산의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체육관련 하명 사건은 단 두 가지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정유연으로 개명)와 관련된 승마 사건과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와 관련된 빙상 사건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건은 아직도 단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최근 대한승마협회는 새 회장이 부임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를 실질적으로 기획한 승마 마피아들의 처벌에 대해선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최순실과 그의 조카 장시호가 깊숙이 개입한 한국동계 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된 빙상 사건은 더더욱 가관이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 연거푸 벌어지고 있다. 부역자들이 여당 정치인의 비호속에 체육개혁 세력으로 둔갑한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린 학생을 구타하다가 자신의 발목을 다쳐 깁스를 했던 폭력 코치가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역을 하고 있는 슬픈 현실,과연 이 사실을 국민이 알게되면 어떻게 될까. 파렴치한으로 낙인찍혀 체육계에서 퇴출된 인사가 최근 법정에서 잇따른 무혐의처분을 받고 있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기에 공안정국 시대에나 있을 법한 강요된 감사행위가 있었다는 증언마저 터져 나오고 있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 21대 국회에 거는 체육계의 바람은 그리 큰 게 아니다. 훼손된 정보로 잘못 판단한 체육의 본 모습을 제대로 알리고 한국 체육의 바람직한 미래와 비전을 체육현장과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진실과 정의는 땅에 파묻어 놓은 씨앗과 같아서 언젠가는 반드시 싹을 틔워 실체를 드러내게 돼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제 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그들은 권력이라는 높이에만 신경을 썼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권력의 높이를 버리고 애정과 관심이 묻어나는 깊이에 목을 매는 국회의원이 많아져야 거꾸로 선 체육이 바로 설 수 있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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