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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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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떠나는 '수비 여왕' 김해란 "딸 낳으면 배구 시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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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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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의 여왕', '미친 디그', '국가대표 리베로'. 한국 여자배구의 런던올림픽 4강 신화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해란 선수가 정든 코트를 떠났습니다. 김해란은 올해 1월까지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투혼을 불살랐지만, 코로나19로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현역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V리그 출범하기 전인 2002년 도로공사에서 데뷔한 김해란은 리그 최고의 수비 실력을 자랑했습니다. 무려 만 번 넘게 넘어지며 공을 받아냈고, 특히 2016년 한 경기 최다 54개 디그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해란을 만나 은퇴를 결심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습니다.

- 은퇴를 언제 결심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매년, 매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늘 뛰었고, 사실 작년 통합 우승을 한 뒤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었어요. 우승하고 은퇴를 결심했죠. 그런데 아쉬워서 1년만 더하자 하고 시즌을 한 번 더 했는데.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었는데 코로나19로 중단이 됐을 때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1월까지 국가대표에서 맹활약했는데, 도쿄올림픽이 연기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 같아요.
"정말 아쉽죠. 아쉬운 게 한 두 개가 아닌 거 같은데. 제 인생에선 여기가 마지막인 거 같아요. 원래는 도쿄올림픽까지 갈 수 있으면 '딱 뛰고 은퇴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 '제 복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림픽 진출 티켓을 힘들게 땄잖아요. 선수들 부상도 많았고. 시즌 중반에 나가서 했었기 때문에 정말 힘들게 했는데 끝까지 못하게 돼서 아쉬워요."

- 여전히 최고의 기량이라며 은퇴를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죠. 그러나 언론을 통해 밝혔지만, 현재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했어요. 되도록 빨리 아기를 가지고, 만약 몸이 된다면 다시 플레잉 코치로 복귀할 생각이 있어요. 물론 제가 확실하게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빨리 아기를 낳고 싶어요."

- 은퇴 소식을 접한 주위 반응은 어떤가요.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박미희 감독님은 아쉬워하셨는데, 여자분이시다 보니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어요. 김연경은 '가지 마요. 언니 가지 마요'라고 하더라고요."

- 2002년 V리그 전신 시절부터 코트를 누볐습니다. 원래 포지션은 공격수였잖아요.
"맞아요. 공격수로 들어갔었죠. 저는 리베로 전향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여태껏 운동할 수 없었을 거고, 국가대표도 못했을 거 같아요. 리베로는 매력 있어요. 튀지 않는 거 같은데, 반대로 또 은근 화려한 면이 있어요. 옷을 다르게 입잖아요. 모르는 분은 왜 다르게 입고 있냐고 물으실 때도 있고."

- 18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생각나는 순간이 있을까요.
"도로공사에서 인삼공사로 이적할 때 생각이 나요. 제가 부상으로 팀을 옮겼잖아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저는 무릎 부상 때문에 옮겼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저를 돌아보고 공부하게 됐어요. 한 팀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진 거 같았어요. 그런데 팀 옮겼고, 힘든 시절 겪다 보니 많이 큰 거 같아요."

- 그리고 흥국생명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어요.
"흥국생명에서는 정말 좋은 기억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내가 선택을 해서 팀을 옮겼고, 물론 이적 첫 시즌에는 성적이 안 좋았는데 좋은 경험을 했어요.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첫 우승도 했고. 좋은 기억 행복한 기억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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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오랜 기간 기다려서 우승을 했는데. 느낌이 어땠나요.
"우승의 여운이 생각보다 짧았어요. 우승의 기쁨은 그 순간인 거 같아요. 다 끝나고 나니 또 아무 생각이 없더라고요."

- 제2의 배구 인생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방송 진출 의사는 없나요?
"늘 생각했던 부분은 지도자였어요. 할 수 있다면 박미희 감독님 밑에서 하고 싶어요. 방송 해설은 너무 어려운 거 같아서 생각도 안 했어요. 지금 방송하고 있는 언니들을 보면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운동만 하다가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하는지. 너무 대단한 거 같아요."

- 남편이 지도자 생활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남편에게 조언을 구했는지.
"남편은 '하지 말라'고, '힘들다'고 그래요. '선수들은 지금 모르겠지만, 지나고 나면 선수 시절이 정말 행복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지도자 하는 거 보면서 저도 느꼈어요. 그래도 지도자는 꼭 하고 싶어요."

- 남편의 내조, 외조에 대한 고마움도 있을 거 같은데요.
"너무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고… 옆에서 늘 힘이 됐던 거 같아요. 힘들 때도 그렇고, 제가 정신 못 차릴 때도 그렇고 선생님처럼. 그렇게 많이 도와줬어요. 너무 고맙죠."

- 다시 출산 이야기로 돌아가서, 만약 아이가 운동에 재능을 보인다면?
"저는 운동시킬 생각이 있어요. 딸은 당연히 배구시킬 거고, 아들은 축구예요. (남편이 내셔널리그 축구 선수 출신) 잘하는 운동을 시키고 싶은데, 기왕이면 배구하면 좋을 거 같아요. 리베로 했으면 좋겠는데… 본인이 잘하는 포지션을 하면 좋겠어요. 사실 절대 딸은 운동 안 시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어린 후배들 운동하는 거 보면 배구 선수로 키우고 싶더라고요.(웃음)"

- 마지막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인사 부탁드릴게요.
"제가 힘들 때 늘 응원해주셔서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앞으로 있을 제2의 인생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고,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꼭 빨리 찾아뵙겠습니다. 코트에서 다시 만나고 싶어요."
유병민 기자(yuball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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