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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FA 달라진 풍속도… “한번 더 평가 받자” 단기 계약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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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오리온과 3년 계약한 FA 이대성.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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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에어컨리그’가 뜨거운 열기 속에 1차 협상 종착역(15일 마감)에 다다랐다. 올해부터 원 소속구단과 우선 협상을 없애고 전 구단과 자유계약선수(FA)가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대어’들의 거취를 두고 얘깃거리가 속출했다.

일단 복수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이대성(30ㆍKCC→오리온)과 장재석(29ㆍ오리온→현대모비스)이 주도한 FA 시장은 일단 흥행에 성공했다. 둘 모두 농구 팬들이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팀을 새 둥지로 택하는 반전을 만들었다.

이대성은 당초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나타낸 KT와 계약이 유력했지만 협상 막판에 세부적인 옵션 부분에서 방향이 틀어져 오리온과 계약했다. 보수 총액은 KT가 제시한 조건보다 낮은 금액인 5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지만 오리온의 보장 금액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6억원대를 제시한 구단을 뿌리친 장재석은 유재학 감독 밑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커 5억2,000만원에 현대모비스로 향했다.

이대성과 장재석은 리그 판도를 바꿀 ‘초대형 FA’는 아니지만 1차 협상 기간 모든 팀들의 조건을 듣고 본인 의사에 따라 팀을 택할 수 있는 FA 제도 변경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들뿐만 아니라 준척급 FA도 마찬가지였다.

선수가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자 계약 기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까지 5년 계약이 대세를 이뤘지만 올해 3년으로 줄었다. 2019년 최대어로 DB와 프로농구 역대 최고액인 12억7,900만원에 도장을 찍은 김종규, LG와 6억원에 재계약 한 김시래, 준척급 FA 김상규(현대모비스ㆍ4억2,000만원)와 최현민(KCCㆍ4억원), 차바위(전자랜드ㆍ 4억원) 모두 5년 계약을 했다. 기존 FA 최대어였던 2018년 오리온 최진수(6억5,000만원), 2017년 KCC 이정현(9억2,000만원), KGC인삼공사 오세근(7억5,000만원), 2016년 SK 김선형(6억5,000만원)도 5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장재석을 제외하면 5년 계약 선수가 없다. 이대성을 필두로 삼성 장민국(3억5,000만원), DB 김현호(2억2,000만원), LG 박경상(2억원) 등이 3년 계약에 사인했다. 심지어 삼성 이관희는 1년 3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고 1년 후 재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농구계 한 관계자는 “FA 제도가 선수한테 유리해지면서 인식도 바뀌었다”며 “처음 FA 자격을 얻는 29~31세 선수들은 일단 좋은 조건에 계약하고 다음 시즌 연봉이 깎일지언정 한번 더 FA 기회를 잡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2019~20시즌이 코로나19 여파로 조기에 끝나면서 FA 거취에 관심이 집중됐고, 몸값을 둘러싼 소문도 무성하게 돌았던 것 역시 에어컨리그에 재미를 더한 요소였다. 이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시즌이 끝났다면 FA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한창 플레이오프를 치르느라 FA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집중되지 않았을 텐데, 일찍 막을 내리면서 몸값 상승을 부추기는 소문만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FA의 계약 소식을 빨리 듣고 싶었던 팬들은 “1차 협상 기간이 15일이나 되는 건 너무 길다”며 기간 단축을 바랐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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