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020 K리그1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에 앞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FC서울 측에서 준비한 응원 마네킹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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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FC서울 홈 경기 관중석에 설치한 응원 마네킹이 성인용품(리얼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은 물론 외신에서도 ‘리얼돌 논란’을 조명하면서 K리그가 국제적으로 조롱 당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서울 구단은 “(마네킹을 설치한 A업체가) 성인용품 판매 업체가 아니란 걸 확인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와 달리 마네킹 설치 업체 홈페이지에선 논란 직전까지 성인용품들이 버젓이 판매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단은 검증 부실에 따른 책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나원큐 K리그 2020 2라운드 서울과 광주의 경기가 열린 17일부터 축구계를 달군 ‘리얼돌 논란’ 전말을 짚어봤다.
서울은 A업체 실체를 철저히 확인했다? X
18일 본보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서울은 A업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전날 구단 측은 사과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마네킹은 실제 사람처럼 만들어졌지만, 성인용품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제품이라고 처음부터 확인했다”고 했는데, A업체 홈페이지만 확인했더라도 이 같은 해명은 나오기 어려웠다. 본보 취재결과 A업체는 홈페이지에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 및 제조하는 회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서울 관계자는 “포털사이트에 검색되지 않는 신생업체였다”며 “만약 (성인용품업체란 사실을) 알았다면 (협업을)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업체는 논란이 커지자 18일 오전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A업체의 홈페이지 소개 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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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설치된 마네킹은 리얼돌이다? O
A업체의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마네킹 30개 중 10개는 성기 부분이 실제처럼 만들어진 리얼돌”이라고 전하면서도 “(리얼돌이)‘섹스돌’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섹스돌은 실제 성행위의 느낌이 나게끔 특수 제작되지만, 리얼돌은 그저 삽입만 가능하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전문가들 견해는 다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리얼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회사가 최초로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한 성인용 전신 인형으로, 지금은 성행위가 가능한 ‘섹스돌’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6월 대법원은 리얼돌을 ‘성기구’로 판단한 바 있다.
A업체는 리얼돌 유통업체와 관계 없다? X
A업체 관계자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성인용 리얼돌을 유통하는 B업체를 언급했다. B업체는 이날 마네킹이 들고 있던 피켓 문구에 등장해 논란이 된 성인용품 업체다. 실제 마네킹 손엔 ‘FC서울 아드리아노 화이팅 B업체 by. OO’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는데, ‘OO’는 B사 소속 성인방송 BJ라는 게 A업체 주장이다. 또 B업체가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줄도 잘 몰랐다고 덧붙였다.
A업체는 B업체와 연관성에 선을 그었지만, 본보 취재 결과 A업체와 B업체의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같은 이름이 반복해 등장한다. A업체의 대표는 B업체의 사내이사였고, B업체의 대표 역시 A업체의 사내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양 대표가 서로 사내이사를 맡을 정도로 깊은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두 회사가 ‘감사’로 둔 인물도 동일인이다.
A업체 관계자는 “B업체에 있던 일부 구성원이 독립해 차린 회사가 A업체”라며 “두 회사는 다른 회사”라고 설명했다.
A업체를 서울에 소개한 건 프로축구연맹이다? O
A업체 관계자는 지인을 통해 연맹 측 인사를 소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은 “연맹 측에서 (A업체가) 구단과 연계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 우리(서울)를 소개시켜줬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연맹 관계자 역시 “연맹 인사가 A업체를 서울에 소개시켜준 건 맞지만, 해당 업체가 리얼돌 제작업체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FC서울이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리얼돌 논란과 관련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FC서울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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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징계 가능성이 있나? O
프로축구연맹 정관 제 19조의 1(금지광고물 등)에 따르면 ‘성차별적인 내용으로 인권침해 여지가 있는, 혹은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쟁점은 마네킹을 ‘광고물’로 볼 수 있느냐다. 연맹 측은 “해당 정관은 전광판 등 상업광고물에 적용되는 것이라, 마네킹에도 적용된다고 지금으로선 판단할 수 없다”며 “상벌위원장에게 규정 위반 요소가 있는지 유권 해석을 의뢰해, 그 결과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업체 관계자 “홈페이지는 사업 초기 만들어 방치한 것”
A업체 관계자는 본보에 “초기에는 성인용품 쪽에 관심이 있던 것은 맞지만, 리얼돌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보니 ‘프리미엄 마네킹’으로 사업 모델을 선회했다”고 알려왔다. 즉 지금은 성인용품과 관련 없다는 게 A업체 측의 설명이다. 성인용품이 게시된 홈페이지에 대해서도 “사업 초창기에 만들어진 홈페이지이며, 관리를 하지 않아 유지되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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