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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빠른 직선타 ‘아찔’… 투수 헬멧을 부탁해! [송용준의 엑스트라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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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0㎞… 美선 사망사고까지 / 토레스 2014년 첫 착용 주목 받아 / 투구 밸런스 유지 방해 이유 꺼려 / 타자용 헬멧도 1983년에야 의무화 / 부상 방지 위해 도입시기 서둘러야

롯데 투수 이승헌(22)이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직선타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입원 중인 이승헌이 회복세를 보여 다행이지만 그만큼 야구가 위험한 종목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부상을 유발하는 빈도는 투구가 높지만, 더 치명적인 것은 타구다. 투구 속도는 빨라야 시속 160㎞이지만 잘 맞은 타구는 시속 200㎞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실제 두산에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마이클 쿨바는 미국 마이너리그 1루 베이스 코치였던 2007년 타구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이는 1, 3루 베이스코치의 헬멧 착용의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 타구로 투수가 머리와 얼굴을 다친 경우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1995년 최상덕, 1999년 김원형, 2011년 김선민, 2017년 김명신 등이 코뼈 골절이나 광대뼈 함몰 등의 중상을 입었다. 2016년 김광삼은 2군 경기에서 두개골 골절상을 당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알렉스 토레스가 뉴욕 메츠 시절인 2015년 투수 보호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를 막고자 ‘투수 헬멧’이 2013년 미국에서 선보였다. 그리고 2014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이던 알렉스 토레스(33)가 메이저리그 최초로 이를 착용해 주목받았다. 절친인 알렉스 콥이 타구에 맞는 것을 보고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토레스가 2015년 뉴욕 메츠를 끝으로 빅리그를 떠나면서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헬멧을 쓴 선수는 찾기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투수들은 왜 보호 헬멧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일단은 특이한 모양 때문이다. 토레스가 쓴 헬멧을 두고 당시 언론들은 ‘우스꽝스럽다’거나 ‘이상한’ 모양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메츠 감독이었던 테리 콜린스는 “헬멧을 써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토레스에게 더 많은 힘이 되겠지만 많은 투수가 이것을 쓸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메이저리그는 2016년 좀 더 개선된 투수 헬멧을 선보여 20명의 마이너리거를 대상으로 테스트했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모양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착용감이 민감한 투수들의 밸런스 유지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타자들에게 약한 인상을 심어준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실 타자 헬멧 도입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20년 레이 채프먼이 투구에 맞아 사망한 지 20년이 지난 1941년에야 첫 헬멧이 등장했다. 1971년 사무국의 권고에도 ‘마지막 거부자’ 밥 몽고메리가 은퇴한 다음 해인 1980년에야 모든 메이저리그 타자가 헬멧을 썼다. 헬멧 의무조항이 생긴 것은 1983년이다. 이처럼 투수들도 헬멧을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는 대세나 의무가 될지 모른다. 기술향상을 통해 모양과 기능이 뛰어난 제품이 나온다면 투수 헬멧 도입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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