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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10연패’도 과정 중?…‘위기 관리’ 없는 염경엽 리더십 [MK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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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SK와이번스가 충격적인 10연패를 당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은 또 다시 흠집이 났다.

SK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팀 간 첫 맞대결에서 6-11로 패했다. 지난 7일 문학 한화 이글스전부터 시작된 연패는 10연패로 늘었다. 시즌 전적은 1승 11패로 승률은 0.083, 1할에도 못미치는 8푼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패가 계속되면서 불명예스러운 기록에 다가서게 됐다. 만약 20일 키움전까지 패하면 11연패로 구단 최다연패 타이기록이다. SK 창단 첫해인 2000년 6월 22일 인천 롯데전부터 7월 5일 사직 롯데전까지 당한 11연패가 최다연패 기록이다. 20년 전, 신생팀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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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벌어졌다. 1회말 SK 선발 핀토가 6실점을 하자 염경엽 감독이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SK의 몰락이다. 비록 지난해 각각 17승을 거뒀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SK는 상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새로 합류한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가 원투펀치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뒤를 받치고 있는 토종 선발 박종훈, 문승원이 건재하기에 우승도 노려볼만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최악의 시나리오는 넘어섰다. 가장 큰 이유를 안방마님 이재원을 비롯한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부터로 꼽는 의견이 많다.

다만 붕괴의 조짐은 지난 시즌 막판부터 시작됐다는 시선도 있다. SK는 지난 시즌 5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정규시즌 선두를 질주했다. 8월 중순 2위권 팀들과 9경기 차까지 벌리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8월 말부터 믿기지 못할 추락이 시작됐다. 88승으로 구단 최다승 기록을 세웠지만,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두산 베어스에게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키움에 3전 전패로 셧아웃됐다. 여기서 SK의 위기관리능력이 드러났다. 정확히 말하면 위기관리능력이 전무했다.

올 시즌 초반 10연패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염경엽 감독의 위기관리능력은 제로다. 지난해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나서도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4시간 미팅 사건이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다. 감독은 4시간 미팅 이후 팀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확신했지만, 사정은 달랐다. 팀분위기는 오히려 경직됐고, 플레이오프 3전 전패로 광속 탈락했다. 감독의 인지부조화가 낳은 불행한 결과였다.

지난 시즌 막판 하향세부터 허무한 3전 전패 플레이오프 탈락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SK의 출구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단의 심리적 상실감 등 충격의 여파가 클 것이고, 2020시즌 준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다. 미국 ESPN까지 9연패 중인 SK와 염경엽 감독의 거취에 관심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 개막이 연기되는 가운데, ESPN은 KBO리그 중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KBO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ESPN에서 (우리를) 지켜볼만하다”면서 “경기력을 가지고 욕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많이 준비했다. 겨울 동안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이런 노력들에 대한 과정이다. 한 경기 졌다고, 바꾸면 안된다. 꾸준함이 중요한데, 결국에는 정상 궤도에 올라갈 것이다. 좀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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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SK가 6-11로 패하며 10연패에 빠졌다. 염경엽 감독이 경기 후 선수들을 위해 박수로 위로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연패에 빠진 선수들에 대한 믿음, 그리고 시즌 전에 세운 원칙을 거두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그러나 받아든 결과는 10연패. 패배하는 방식은 이전과 비슷했다. 수비, 특히 올 시즌 새롭게 키스톤 콤비를 맡은 정현-김창평 라인에서의 실책성 플레이와 불펜의 실점 등이 그랬다.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이전 경기 영상을 되돌려 보는 듯한 반복된 모습이다. 꽉 막혔던 타선이 6득점을 올리는 등 터진 건 소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견제사로 찬스를 무산시키는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점점 패배가 익숙해지고 있는 SK이고, 염 감독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있다.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염경엽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아 성적이 안난다는 건 핑계다. 부상에 대비하는 것도 감독과 스태프가 할 일이다. 핑계가 아니라 준비가 덜 됐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현재 SK가 처한 상황에 감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날 패배 후 염 감독은 선수단에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감독으로서 속이 타 들어갈 상황이지만, 기를 살려주는 일은 중요하다. 고개 숙인 패장보다는 박수를 보내는 지도자가 의미를 남길 수 있다. 다만 객관적인 상황과 감독이 인식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돌아볼 필요는 있다. 선수단의 수장인 감독이 현실 인식과 실제 현실의 괴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일 경우 팀이 엉망이 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10연패, 구단 최다연패 타이를 눈앞에 둔 상황은 ‘위기’가 분명하다. 감독이 "기다리겠다"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동안, 팀은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패배에 익숙해지는 선수들에게 감독의 리더십, 위기관리능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인데 말이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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