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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KBO리그 새 화두, 감독 야구 사라지고 선수야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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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NC 이동욱 감독이 승리한 뒤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에서 감독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다. 총괄 디렉터 개념에서 필드 매니저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야구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올해 KBO리그는 18일 현재 팀당 11~12경기씩 소화했다. NC가 역대 최소경기 2위에 해당하는 11경기 만에 10승을 쓸어 담았고, SK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9연패 늪에 빠져 가장 먼저 10패쨰를 당한 구단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두산과 LG 등 잠실라이벌이 초반 순위 경쟁에 뛰어 들었고, 개막 5연승을 질주한 롯데와 키움도 사령탑 교체 분위기를 타고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선두 NC를 비롯해 5위 키움까지 각 사령탑이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지론을 강조하고 있다. 비시즌 ‘프런트 야구’가 각광 받았다면 개막 후에는 ‘선수(가 하는) 야구’로 변하는 분위기다.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상승하는데다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트렌드로 읽힌다. 상대적으로 현역 시절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감독들의 슬픈 역사까지 더해 존중과 배려, 신뢰가 팀을 건강하게 이끄는 동력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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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민병헌(왼쪽)이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0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에 앞서 훈련 중 허문회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프로야구는 이른바 ‘제왕적 감독’ 시대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감독이 모두 개입하는 게 일반적인 지도자 유형이었다. 선수단 식단은 물론 타격폼이나 투구폼 하나 하나를 감독이 직접 다듬는게 일반적으로 여겨졌다. 아마추어 때부터 도제식 훈련에 익숙한 선수들과 이들을 이끈 지도자들의 관습이 남아있던 영향이 컸다. 스승과 제자라는 인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가 국내에 들어오고, ‘코리안특급’ 박찬호(47)의 등장과 인터넷의 발달로 메이저리그 문화가 유입되면서 선수단뿐만 아니라 야구 관계자 전체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 도입으로 선수들 스스로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도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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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손혁 감독(오른쪽)이 이승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훈련과 경기 준비 과정부터 변화가 도드라진다. ‘무조건 많이’에서 선수별 맞춤형 훈련으로 바뀌었다. 롯데는 지난 스프링캠프 때 주축 선수들은 자기 훈련을 마치면 자율 귀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자기 야구’를 존중 받고 싶어하는 베테랑들은 자연스럽게 만족감을 느꼈고 시즌 초반 돌풍을 몰고 왔다. NC 이동욱 감독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게 맞다.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팀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만 정해두고 선수들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필드 매니저 형태로 팀은 운영 중인 지방구단의 한 주축 선수는 “감독이 믿고 맡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느낀다. 믿어주는데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시즌 끝날 때까지 흐트러짐 없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팀뿐만 아니라 개인 성적이 떨어지면 눈치 보일 정도”라고 귀띔했다. 스승과 제자가 아닌 동반자와 조력자라는 프로의식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KBO리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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