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구단은 모른다는데…때아닌 ‘두산 매각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두산중공업 채권단서 요구” 보도
시장에선 구단 가치 2000억 추산
IT업체·금융지주 등 인수사 거론
모기업·채권단 모두 “사실무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매각설이 나오면서 구단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일단 채권단과 모기업, 구단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한 경제신문은 ‘두산중공업 채권단이 두산그룹에 두산 베어스도 매각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채권단이 계산한 구체적인 구단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형 정보통신(IT) 업체, 금융지주사 등이 인수를 원한다는 언급도 함께였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전혀 듣지 못한 일이다. 모기업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비용 절감 강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20일 채권단과 모기업 모두 매각 요구 및 매각 가능성 등에 대해 부인했다. 두산중공업의 부채가 4조원에 이르는데 두산 베어스의 매각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두산의 매각설은 과거 외환위기 때도 있었지만, 1982년 창단 이후 야구단은 흔들림 없이 유지됐다. 그룹 소유 가문의 야구 사랑이 대단하기 때문에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모기업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채권단은 두산 베어스의 가치를 2000억원 정도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현대가 태평양 돌핀스 인수 의사 가격인 470억원을 고려했다.

물가상승률만 고려했을 경우 현재 가치로 따지면 890억원 정도다. 두산은 지금까지 6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최근 5년간 매년 한국시리즈에 오른 강팀이다.

야구단이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 ‘독립 경영’이 어렵다는 것은 약점이다. 야구단 유지를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두산의 매출 대비 그룹 의존도는 28%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 매출 579억원의 28%만 해도 162억원이다. 이는 야구단 매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반대로 야구가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 중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국내 어떤 산업보다 미디어 노출이 많다는 점은 매수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소다.

코로나19로 KBO리그가 ESPN을 통해 미국에 중계된다는 점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노리는 입장에서 더 큰 매력이 될 수 있다. 실제 두산이 매물로 나올 경우 욕심을 내는 기업이 생길 수도 있다.

두산은 리그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지만 때아닌 매각설에 팀 분위기가 흔들릴 여지도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FA 선수들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매각설의 배경이 된 모기업의 어려움은 다른 파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날 잠실 NC전을 앞두고 매각설에 대해 “내가 답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선수단이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런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팬들이 보고 있으니까 좀 더 열심히 하고, 이기는 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구단이 제 가격을 받고 거래된 것은 현대가 태평양을 인수한 것이 유일하다. 쌍방울이 SK로, 현대가 히어로즈로 바뀔 때는 경영난에 따른 해체 뒤 재창단 수순이었다. 해태가 KIA로 바뀔 때는 부채를 안는 방식이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