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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비운의 천재’ 김병수가 기다렸던 ‘강원의 심장’ 한국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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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딛고 지난해 전 경기 풀타임

1년반 재활 기다려준 감독에 보답

점유율 높이는 ‘병수 볼’ 핵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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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강원FC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영. 그는 정확한 패스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사진 강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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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강원FC 중앙 미드필더 한국영(30)은 ‘강원의 심장’이라 불린다. 지난해 K리그1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전 경기(38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올해도 개막 후 두 경기에서 모두 풀타임 활약했다.

불과 3년 전, 한국영은 휠체어 신세를 졌던 선수다. 부상으로 2017년 10월부터 15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났다. 2018시즌은 통째로 날아갔다. 최근 강릉의 강원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왼쪽 후방 십자인대와 바깥 뒤쪽 인대가 끊어졌다. 2017년 12월, 다른 사람 인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한 달간 움직이지 못했고, 그다음 한 달간은 휠체어를 탔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동료였던 구자철(31·알 가라파)이 최근 전화로 “큰 부상에서 돌아와 1년간 전 경기를 뛴 선수는 전 세계에 1%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영은 어떻게 1%도 안 되는 확률을 현실로 바꿨을까. 그를 ‘철인’으로 만든 건 ‘비운의 천재’ 김병수(50) 강원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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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큰 수술을 받은 한국영은 한달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국영의 친형은 동생에게 ’감옥에서 어떤 사람이 매일 골프를 치는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는데 출소 후 동작이 그대로 나와 우승했다“고 말해줬다. 한국영은 ’축구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했다“고 했다. [사진 한국영]



김 감독은 경신고 시절부터 ‘축구 천재’로 불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전에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견디지 못해 28세에 은퇴했다.

한국영은 “감독님은 걸을 때 조금 절뚝거린다. 공을 찰 때도 좀 불편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2018년 팀 성적이 안 좋았는데, 마주칠 때마다 ‘무리하지 말라’며 복귀를 천천히 기다려주셨다”고 했다. 한국영은 “서울, 부산, 일본을 오가며 밥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 재활했다. 다시 돌아가기 싫을 만큼 지독하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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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왼쪽) 강원FC 감독과 한국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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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감독 스타일의 축구를 ‘병수 볼’이라 부른다. “공은 하나다. 그러니 공을 가져야 한다”는 요한 크루이프 전 FC바르셀로나 감독 축구 철학에서 영감을 얻었다. ‘병수 볼’의 핵심이 한국영이다. 중원에서 그를 기점으로 공 점유율을 높이며 빌드업(공격 전개)을 진행한다.

한국영은 지난해 패스 2922회를 기록해, K리그1 전체 1위에 올랐다. 2608회를 성공해, 성공률 92%다. 지난 시즌 시작 전 강등 후보로 꼽혔던 강원은 결국 5위를 했다. 한국영은 올해도 2경기에서 패스성공률 94.35%(157회 중 148회 성공)다. 10일 FC서울전에서 오스마르의 볼을 가로챈 뒤 하프라인에서 킬패스를 찔러준 게 김승대의 득점까지 이어졌다.

한국영은 “볼을 소유하면서, 쉽게 뺏기지 않고, 뺏겨도 재빨리 되찾아오는 게 ‘병수 볼’의 핵심이다. 우리는 정해진 포메이션도, 포지션도 없다. 한 경기에서 전술이 수차례 바뀐 적도 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속도가 업그레이드됐다”고 했다. 한국영은 지난해 강원에서 함께 뛴 윤석영(현 부산)과 “홍명보 감독님 수비 전술과 김병수 감독님 공격 전술을 합하면 세계 무대에서도 비벼볼 만하겠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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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12일 서울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한국영(오른쪽)이 기성용과 함께 네이마르를 마크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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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기성용(마요르카)의 중원 파트너로 나섰다. 수비 부분에 치중했다. 강원에서는 다소 공격적인 역할도 맡는다. 그는 “수비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첫째 임무다. 지난해부터 공수의 연결고리가 되기 위해서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한국이 우승했던 아시아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원두재(23·울산)는 “한국영 선배 영상을 많이 챙겨본다”고 말했다. 한국영이 롤 모델이라고 했다. 한국영은 잉글랜드 리버풀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30·잉글랜드) 영상을 많이 챙겨본다. 한국영은 “헨더슨은 열정적이고 힘 있고 팀을 위해 뛴다. 나도 볼을 예쁘게 차기보다, 기교는 좀 부족해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내 포지션인 허리가 무너지면 팀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올해 강원의 외국인 선수는 나카자토(일본)뿐이다. 강원은 개막전에서 서울을 꺾었지만, 그다음 경기에서는 상주에 일격을 당했다. 23일 홈에서 성남FC를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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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은 요즘도 훈련 전후로 보강운동을 빼먹지 않는다. [사진 한국영]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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