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트협회 제공 |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대한민국 요트가 세계 무대를 겨냥한다.
요트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건 근대 올림픽 원년 대회인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다. 첫해에는 악천후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았고, 2회 파리 대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역사 깊은 스포츠지만 대한민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와는 사실 연이 닿지 않았다. 동양인보다 큰 키와 긴 팔다리를 가진 유럽인들이 신체 조건상 요트를 다루는 데 훨씬 유리했고, 인프라 상으로도 이점이 많았다. 요트는 1661년 네덜란드에서부터 발전된 스포츠다. 유럽 내에서 4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요트 인프라 구축이 훨씬 잘 돼 있고, 선수 육성에도 더 좋은 환경과 훈련 기반이 조성돼 있다. 올림픽을 비롯한 세계 대회에서도 유럽과 미국이 메달을 휩쓸었고, 요트 운영에 적합한 환경을 가진 호주, 뉴질랜드 등의 대양주 국가가 상위권 판도를 형성하는 추세였다.
신체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불리함 투성이다. 그러나 이 모든 악조건을 넘어선 대한민국 요트가 도쿄로 향하는 닻을 잡았다. 아시아에선 이미 위상이 높다. 지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레이저급(1인승 딩기요트)에 출전한 박길철이 요트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고, 4년 뒤 베이징 대회에서도 2연패를 이뤘다. 470급(2인승 딩기요트)김대영-정성안 조는 아시안게임 3연패(1998 방콕, 2002 부산, 2006 카타르)를 달성했으며, 현 국가대표팀 에이스 하지민(해운대구청)도 레이저급에 출전해 2010년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3연패에 성공했다.
사진 | 조원우 제공 |
아시아를 제패한 대표팀에게 남은 과제는 세계 무대다. 대한민국 요트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지난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출전한 주순안이 여자 미스트랄급에서 기록했던 13위, 하지민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레이저에서 거둔 13위가 전부다. 아시아를 휩쓸었지만, 아직 올림픽에서는 메달 레이스(톱10)에 진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번 올림픽에 대한 각오가 더욱 남다르다. 한국 대표팀이 사상 첫 메달 수확을 노리는 도쿄올림픽에는 남자 5개, 여자 4개, 혼성 1개 총 10개 종목이 시행되는데 이 중 남자 레이저급 하지민, RSX급(1인승 윈드서핑) 조원우(해운대구청), 2인승 470급 박건우-조성민(부산시청) 등이 총 3개 종목에서 일찌감치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8위에 올랐고, 2012년 런던에서는 24위,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13위를 기록하며 매 대회 상승세를 탔다. 한국 선수 최초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까지 앞두고 있다. 젊은 피 조원우도 사상 첫 메달 수확을 위한 도전에 가세한다. 주니어 세계 선수권에서 두 차례(2010, 2011년)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세계 선수권에서도 9위에 오르는 등 경쟁력이 충분한 자원이다. 스스로도 “대한민국 요트 올림픽 최고 기록은 세울 자신 있다”고 각오한 상태다. 대한요트협회 전지훈 실장은 “이번 대표팀은 메달 레이스 진입을 넘어 3위 안에도 충분히 들 수 있다. 반드시 메달을 딸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수단은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해 대한체육회의 지침에 따라 공식 훈련을 중단했다. 이르면 5월말~6월초부터 거제와 부산 두 군데에서 훈련을 이어간다. 전지훈 실장은 “2020년 7월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뛰어왔는데,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 모두 약간 기운이 빠졌다. 물이 올랐는데 아쉽다”며 “그래도 언론과 국민이 꾸준히 관심을 주시길 바란다. 선수들도 좋은 컨디션을 내년까지 잘 유지해서 꼭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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