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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고진영·박성현, 사이좋게 무승부…드라마처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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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3위 ‘슈퍼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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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위 사진)과 박성현이 2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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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공백 무색하게 환상적인 버디 퍼트의 연속…‘스킨스 게임’ 묘미
상금도 똑같이 5000만원씩 나눠 ‘훈훈’…복지재단·어린이병동에 기부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라도 있었던 것일까. 설령 시나리오가 있었다 해도 이보다 더 극적일 수는 없을 것 같다.

환상적인 퍼트의 연속. 2400만원이 걸린 파4 13번홀에선 고진영(25·솔레어)의 버디 퍼트가, 2600만원이 걸린 파3 17번홀에선 박성현(27·솔레어)의 버디 퍼트가 그림처럼 홀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5000만원씩 똑같이 나눈 상금. 1000만원이 걸린 18번홀에서 고진영이 거짓말처럼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5000만원씩 상금을 나누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박성현은 “경기 전에 똑같이 반반씩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나도 신기했고, 행복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3위 박성현은 2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에서 나란히 상금 5000만원씩을 따내 훈훈하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실전에 나선 고진영은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를 쳐 6개월여의 공백을 무색하게 했고, 박성현은 버디 6개, 보기 3개로 3언더파를 쳐 KLPGA 챔피언십보다 훨씬 나아진 샷 감각을 보였다.

고진영은 상금을 장애인 사회복지서비스 전문기관인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고, 박성현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이 하는 것 같은 ‘트래시 토크’(선수들이 상대를 비꼬거나 무시해 열받게 만드는 말들)가 없어 경기 외적인 재미는 덜했을지 모른다. 대신 치열했다. 고진영도, 박성현도 메이저대회 마지막 라운드를 치르기라도 하듯 진지한 플레이로 스킨스 게임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주었다. 3~5번홀은 고진영이, 6~8번홀은 박성현이 내리 따내며 일진일퇴를 주고받던 경기는 박성현이 파3 12번홀을 찬스홀로 지정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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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왼쪽)과 박성현이 24일 슈퍼매치 스킨스 게임을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며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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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은 “아이언샷 감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홀 누적 상금 800만원에 1000만원 찬스홀 상금이 추가되면 걸린 상금은 1800만원. 하지만 박성현의 승부수는 빗나갔다. 둘 모두 파로 마쳐 13번홀로 상금이 넘어갔다. 고진영은 2400만원이 쌓인 13번홀을 버디로 따내면서 상금 차이를 4000만원 대 1200만원으로 벌려 승기를 잡았다.

고진영에게 끌려가던 박성현은 고진영이 찬스 카드를 써 2600만원짜리 판이 된 파3 17번홀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브레이크가 까다로웠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궜다. 상대방의 찬스홀에서 주고받은 박성현의 ‘멍군’이었다. 누적 상금은 5000만원 대 4000만원으로 역전. 박성현은 “경기 전에 한 방을 노리겠다고 했는데 캐디가 그러더라. ‘이게 한 방이야’라고. 나도 인생은 한 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역전을 내준 고진영은 1000만원이 걸린 18번홀에서 상금을 동률로 만드는 버디 퍼트를 거짓말처럼 성공시켜 만화 같은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팔꿈치 인사를 나누는 고진영의 얼굴에도, 박성현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인천 |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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