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첫해 연봉 전액 음주운전 피해자 위해 기부…유소년 야구에 힘쓸 것"
"많은 질타 받아야 한다고 생각…4년째 금주하고 있어"
취재진 앞에 선 강정호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강정호(33)가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싶다는 내 마음이 이기적인 걸 안다. 어떻게 사과해도 부족하지만, 야구를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크게 질타받은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 복귀를 추진하며 더 크게 비난받았다.
강정호는 23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차례 고개 숙였다.
그는 "나는 이기적이었고, 거만했다"고 여러 차례 자책하면서도 "한국 무대에서 뛴다는 것도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야구에서 뛰며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기부와 봉사의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강정호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한 뒤 "말주변이 없어서 사과문을 미리 준비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실망한 팬들, 특히 청소년들께 엎드려 사과한다. 나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음주운전 피해자들께도 사과드린다. 사과도 늦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떳떳하지 못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도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리면 된다'고 잘못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사과했다.
입장하는 강정호 |
강정호는 "2018년부터 나는 미국 메이저리그 음주 프로그램을 이행했고, 4년째 금주 중이다. 앞으로도 금주하겠다"고 공개하며 "내게 쏟아질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이 나를 받아주시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기부하겠다. 음주운전 캠페인에 꾸준히 참석할 것이며 기부 활동도 지속해서 하겠다. 은퇴할 때까지 유소년 야구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할 것이다. 음주운전을 하면 피해자는 물론이고, 운전자 자신도 어떻게 되는지 알리며 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강정호, 굳은 표정 |
2006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강정호는 2014년까지 한 팀에서만 뛰고 2015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이적했다.
미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강정호는 음주 사고로 무너졌다. 그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고,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강정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미국에서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5월 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KBO 사무국에 제출하고 국내 복귀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를 열고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는 KBO리그에서 그의 보류권을 지닌 키움이 임의탈퇴를 해제하고 입단 계약을 해야 1년 유기 실격 징계를 소화할 수 있다.
취재진 앞에 선 강정호 |
다음은 강정호와의 일문일답.
-- 한국 복귀를 결정한 이유는.
▲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자격이 없다. 그래도 정말 내가 변한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었다. 당연히 모든 비난은 감수해야 하고, 정말 변화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키움 구단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는가.
▲ 현재 내 심정을 김치현 단장에게 이야기했다. 반성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 2016년 12월 사고 후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해서 더 비난받았다.
▲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더 어리석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선교사를 만나서 더 깊이 반성했고, 지금은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 공개 사과가 늦은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 사과가 늦어진 점도 진심으로 사죄한다. KBO의 징계를 받지 않은 상황이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귀국 일정도 늦어졌다.
-- 어린이 팬들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 어린 팬들도 내 모습을 보기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어린아이들이 더 큰 무대에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도 어릴 때 인성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프로에 온 뒤에 나도 모르게 공인이라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나태해졌다. 자만했고, 이기적이었다. 이 부분은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린이 팬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는 꽤 오래전부터 했다. 그러나 내가 떳떳하지 못해서 알릴 수 없었다.
-- 강정호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살았다. 나만 생각했다. 앞으로는 가족, 주변 모든 분을 배려하며 살겠다. 그게 좋은 사람이 아닐까.
--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었다면, 사과했을까.
▲ 은퇴한 뒤에라도, 팬들께 언젠가는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팬들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 반응을 보이면.
▲ 많은 질타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더 성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팬들께서도 언젠가는 지켜봐 주시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있다.
-- 키움 구단이 자체 징계를 내리면 감수할 것인가.
▲ KBO에서 어떤 징계를 나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구단에서 추가 징계를 해도 감수하겠다.
-- 만약 키움이 임의탈퇴를 해제하지 않는다면 국외 리그에서 뛸 생각인가.
▲ 이번이 (현역으로 뛸)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선수로 뛸 수 없더라도 어린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겠다.
-- 몸 상태나 기량은 어느 정도인가.
▲ 몸 상태는 괜찮다. 실전은 경기를 뛴 지 오래됐다.
-- 팬들이 절대 못 뛰겠다는 강경 반응을 보이면
▲ 많은 질타받을 걸 감수하고 있다. 더 성숙해지려고 생각한다.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팬들께서도 언젠가는 지켜봐 주시는 바람으로 노력하겠다.
-- '숙취 운전'을 한 박한이는 은퇴했다.
▲ 형평성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력하는 것뿐이다.
-- 동료,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 KBO리그 동료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팬들께는 따로 기회를 만들어 사과하고 싶다.
-- KBO리그에서도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 야구를 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에 올라가면 자만하고, 거만해지는 선수가 있다. 나도 그랬다. 나의 모습을 보고, 팬을 생각하면서, 다시는 KBO리그에 음주운전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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