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이슈 스포츠계 사건·사고 소식

강정호 ‘음주운전 사고’ 사과 기자회견 “유소년 키우고, 키움에 도움”…‘사과다움’이 빠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차례 고개 숙이며 피해자·팬들에 “더는 반복 없다”

“죄송하다, 좋은 사람 되겠다, 재능기부하겠다” 약속

성찰·반성보다 복귀 걸고 ‘기브 앤드 테이크’ 원하는 듯

[경향신문]

경향신문

절은 90도, 마음은 아직도? 3차례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비난에도 KBO 리그 복귀를 원하는 강정호가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된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석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참회의 눈물은 없었다. 음주운전 3차례, 뺑소니 혐의로 징계를 받은 강정호는 준비된 사과문을 읽으며 고개를 3번 숙였다. KBO리그 복귀를 원하는 강정호의 기자회견 요지는 3가지다. 죄송하다, 좋은 사람으로 변하겠다, 자신의 잘못 반복되지 않도록 유소년들에게 봉사하겠다.

강정호(33)가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정호는 연단에 서 고개를 숙인 뒤 준비한 사과문을 읽었다. 3차례의 음주운전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든 팬들에게 엎드려 사과드려야 한다”면서 “야구팬뿐만 아니라 저 때문에 다시 한번 피해 사실이 떠올라 괴로우셨을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또 “어릴 때 야구만 잘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고, 실력으로 보여드리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며 “어떤 말로도 지난 잘못을 되돌릴 수 없지만 인간 강정호로서 성실하게 진실되게 살고, 변해가는 모습 보여드릴 것을 꼭 약속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 여부를 떠나 향후 계획에 대한 약속도 밝혔다.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를 돕는 데 기부하고,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 참여 및 기부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유소년 야구 재능기부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강정호는 아예 뛰지 않는 것이 진정성을 더 잘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KBO리그를 통해 바뀐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직접 만나 여러 경험을 전해주는 것이 바뀐 제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이 적발된 적이 있고,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뛰던 2016년에는 음주운전과 함께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뺑소니를 쳤다.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비자가 나오지 않아 2017년을 뛰지 못한 강정호는 2018년 복귀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방출됐다. 강정호는 지난 5월 KBO에 리그 복귀 의사를 밝혔고 상벌위원회에서 유기실격 1년, 사회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강정호의 사과가 여론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과는 잘못에 대한 인정과 반성에서 나온다. 반성이란, 자신의 행위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강정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과는 많았지만, 반성은 뚜렷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변하겠다는 의지와 방향도 드러났지만 대부분의 사과가 공허한 것은 반성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칠 각오가 돼 있고, 비난을 감당하며 묵묵하게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 없이 전부 수사에 머물렀다.

강정호는 이날 어린이와 유소년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자신이 잘못 걸어온 길을 누구도 따라오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이지만, 이는 KBO리그 복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오히려 유소년 야구팬들로 하여금 “야구와 인생을 가르쳐줄 테니 나를 용서해달라”는 강요처럼 비쳐 보는 이는 더 불편할 수 있다.

강정호가 되고 싶은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살아온 것 같다. 앞으로는 주위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좋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강정호는 “정으로 받아달라고 하고 싶지 않다. 키움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개의 대답에서 여전히 강정호에게 세상은 ‘기브 앤드 테이크’로 보이는 듯했다. 강정호가 원하는 대로, 혹은 키움이 더 원해서 그가 KBO리그에 돌아온다면, 강정호는 무엇을 ‘기브’하고, 야구팬들은 무엇을 ‘테이크’할 수 있는 걸까.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