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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대세는 부정적 기류…키움, 강정호 품을 이유 전혀 없다 [MK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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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33) 거취를 정리 중이다. 이제 키움 구단이 ‘대세’를 따를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지난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강정호의 사과 기자회견을 지켜본 키움은 장고에 들어갔다. 일주일 정도 강정호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강정호의 사과 기자회견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강정호의 야구 실력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KBO리그 시절에는 공격형 유격수로 각광받았고,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진출해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서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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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복귀를 타진하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음주운전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술 때문에 인생을 망친 강정호다. 피츠버그에서 한창 잘 나갈 때인 2016년 12월 서울 삼성역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두 차례(2009, 2011년) 음주운전까지 발각됐고, 결국 법원은 음주 삼진아웃을 적용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정호는 취업비자 취득이 제한되면서 2017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8시즌 복귀했지만 부진에 빠졌고, 지난해 방출됐다. 갈 곳 없어진 강정호는 이제 KBO리그 복귀를 타진하는 중이다. 복귀에 앞서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이제 키움의 결정이 남았다. 포스팅시스템으로 피츠버그에 진출한 강정호는 국내 복귀시 원소속팀인 키움이 보류권을 가지고 있다. 강정호는 상벌위원회 징계가 나오고 나서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왔고,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음주운전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복귀 의지를 밝혔다.

물론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 3년 6개월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사과를 하는 게 너무 속보인다는 지적이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여론은 냉담하다. 강정호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늘었다.

키움 구단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실제 키움 구단 내에서도 강정호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사과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강정호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한 터라 강정호 기자회견에 대한 키움 구단 내부 분위기도 중요하다. 역시 일반 여론과 다를 게 없는 분위기다. 키움은 강정호 기자회견 이후 법리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선수단, 프런트 의견을 청취했다.

최종결정은 대표이사가 내린다. 일각에서 메인 스폰서인 키움증권의 의견이 중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키움증권의 의견은 강정호 거취와 관련해 참고 사항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키움 내부 분위기, 그리고 구단 고위층의 의중이 중요하다. 하송 대표이사, 허민 이사회 의장의 결단이 남았다는 얘기다.

키움도 강정호 거취와 관련해 시간을 끄는 게 좋을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6월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실, 키움이 강정호의 거취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럼에도 강정호의 거취를 결정하는데 1주일 정도가 소요된 건, '옛 정' 때문이다. 강정호는 히어로즈 구단의 아이콘이었다.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구단에 막대한 이익도 안겨줬다. 마냥 무 자르듯 자를 수도 없다는 게 키움 입장이다. 특히 선수단 사이에서는 이런 인식이 더욱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옛 정에 구단의 이미지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이 참에 히어로즈의 어두운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미 전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는 배임과 횡령 혐의로 감옥살이 중이다. 학교폭력 연루자도 있고, 팀 내 선후배간 폭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무혐의가 나왔지만, 성폭행 혐의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도 있었다. 최근에 영입한 외국인 선수는 가정폭력 혐의로 메이저리그에서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강정호건까지 ‘야구만 잘해서는 될일이 아니다’라는 위기 의식이 히어로즈 구단에 퍼져있다.

28일 키움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전을 1-0으로 승리하며, 시즌 30승 고지를 밟았다. NC다이노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여전히 야구를 잘하는 히어로즈다.

다만 강정호 이슈에 최근 키움의 상승세가 가려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떳떳하고, 공정한 승부를 표방하는 히어로즈이기에 강정호를 품어야 할 의무는 없다. 이미 야구팬, 국민 여론은 강정호를 보고 싶지 않다는 게 지배적이다. 키움이 대세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히어로즈 구단이 창단 이후 도덕적 이슈에 대해 거의 최초로 ‘상식적인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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