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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배구 쌍둥이 자매 "지금껏 못해본 공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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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재영·다영의 도전

"그런 질문 하면 안 돼요."

조선일보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이재영(오른쪽)·다영 쌍둥이 자매. 초·중·고 시절 쭉 같은 학교에 다녔던 이들은 프로 무대 진출 이후엔 늘 네트 너머로만 눈을 맞추다 이젠 같은 진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김지호 기자


오전 체력 훈련으로 '파김치'가 돼 있던 이재영·다영(24·흥국생명) 쌍둥이 자매가 갑자기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다가오는 국내 프로배구 V리그 2020-2021 시즌에서 둘의 목표는 당연히 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와 세터이자 V리그 흥행 주역이 뭉쳤는데,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들만의 배구가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흥국생명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격 패턴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그게 완성될지는 연습을 더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다영이가 있으니깐 잘 될 거에요." 이재영의 말에 혹시 다영의 빠른 토스에 재영의 폭발적인 공격력이 더해진 속공인가 싶어 한 번 더 물었다가, 자매에게 "전략 노출"이라며 한소리 들은 것이다. 다영이 "남들이 하지 않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하자, 재영은 "멋있는 말"이라고 맞장구쳤다.

◇"연경 언니와 함께 뛰어 영광"

지난 29일 경기도 용인시 흥국생명연수원 체육관에서 쌍둥이 자매를 만났다. 3월 말 코로나 바이러스로 V리그 2019-2020시즌 조기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재영(흥국생명)·다영(현대건설)이 한 팀에서 뛸지가 팬들의 최고 관심사였다. 결국 둘은 흥국생명과 계약했다. 여기에 해외 진출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하는 '배구 여제' 김연경(32)이 합류하면서 흥국생명은 우승 후보 '0순위'가 됐다. 김연경은 7월 13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재영은 같은 레프트인 김연경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우상과 한 팀에서 뛰는 기분은 어떨까. "신기하죠. 언제 연경 언니와 한 팀에서 뛰겠어요. 옆에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도 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영도 "연경 언니와 함께 뛴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호흡 맞추기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기대가 크면 부담도 큰 법이지만 쌍둥이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저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요."(재영) "전 단순해서 생각을 많이 안 해요. 노력하면 된다고 믿으니까 부담감도 없어요."(다영)

◇"6년 만에 한 팀 됐지만 대화는 그대로"

조선일보

흥국생명은 5월 4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 체력 훈련,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전술 훈련을 한다. 이재영은 "요즘 역도 선수처럼 운동한다. 올해 훈련량이 많이 늘어 힘들다"고 했다. 다영은 "실전 대비 훈련이 많아 난이도가 높다. 그런데 운동이란 게 힘들어야죠"라며 웃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라 식곤증이 몰려오는지 하품을 하기도 했다. 재영은 "운동 끝나고 고기를 마음껏 먹어야 회복이 잘 된다"고 했다.

둘은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 세터였던 어머니 김경희(54)씨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이후 프로 입단 전까지 초·중·고 같은 학교에서 뛰었다. 2014-2015시즌 프로 데뷔할 때 헤어졌다가 6년 만에 다시 만났다. 재영은 "FA 계약 후 엄마가 '한 경기장에서만 응원하니까 기름 값 줄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영 입장에선 6년간 뛴 팀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좀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오랜만에 한 팀이 됐지만 호흡은 잘 맞는다고 했다. 그런데 대화는 이전보다 많아지지 않았다. "원래 둘이 얘기를 많이 안 해요. 운동하고 밥 먹고 씻을 때만 보지 그 외엔 각자 방에 들어가서 안 나와요."(다영)

새 시즌 개인 목표는 뭘까. "모든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지난 시즌 첫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 공격 각 3개 이상)을 했는데 한 번 해보니까 욕심이 생기네요. 이번엔 2번 할래요."(재영) "전 은퇴할 때까지 베스트7(세터 부문)이 되고 싶어요. 언젠가 정규리그 MVP에도 도전하겠어요."(다영)

[용인=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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