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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세징야도 라건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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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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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프로축구 K리그1의 세징야(대구FC)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브라질 국적의 그는 2016년 대구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뒤 올해까지 K리그 통산 131경기에서 47골 39도움(올 시즌 6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K리그 38년 역사상 19명밖에 밟지 못한 '40골 40도움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 세징야가 최근 한국 귀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한 브라질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월드컵에서 손흥민과 멋진 호흡을 맞추고 싶다'며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세징야는 예전부터 꾸준히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귀화 의사를 밝힌 바 있다.국내 팬들 역시 세징야의 귀화를 반기고 있다. 세징야가 귀화를 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세징야에 대한 '특별 귀화'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귀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될 산이 많다.

귀화는 특별 귀화와 일반 귀화로 나뉜다. 일단 세징야가 특별 귀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적다. 특별 귀화는 현행 국적법 제7조에 따라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했고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면 우수 인재로 판단해 진행된다.

세징야는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지만 대표팀에서도 독보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따른다. 세징야는 공격형 미드필더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데, 이 포지션은 대표팀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다. 게다가 주전을 꿰찬 대부분의 선수들은 해외파 출신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여 명의 외국인 선수가 특별 귀화한 사례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특수 케이스다. 특별 귀화의 문턱은 생각보다 더 높다. 과거 전북 현대에서 뛰며 이름을 날린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에닝요 역시 2012년 특별귀화를 신청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국가 대표팀 감독이었던 최강희 감독과 축구협회까지 적극적으로 에닝요의 귀화를 위해 나섰지만 특별귀화 추천권을 갖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에닝요가 한국 문화 적응도가 낮고 타 종목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귀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공적인 특별 귀화 사례로 남은프로농구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전주 KCC)는 세징야와 상황이 달랐다. 일단 라건아는국내 농구에서의 영향력이 독보적이었다. '한국 농구의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도 특별 귀화 성사에 한 몫 했다. 아시아 각국이 외국인 선수들을 적극 기용해 전력을 보강한 반면 한국 농구는 순혈주의를 고집했다. 자연스레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라건아의 귀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대표팀에 값진 동메달을 안기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라건아의 특별 귀화는 그의 독보적인 기량과 더불어 협회와 연맹, 구단과 팬이 귀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이뤘기에 가능했다. 반면 세징야는 그의 특별 귀화를 놓고 벌써부터 팬들의 갑론을박이 나오는 상황이다. 연맹 산하 구단들도 형평성 문제를 들어 그의 귀화를 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세징야의 선택지는 일반 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귀화는 국내에서 5년간 거주한 외국인이라면 도전 자격이 주어진다. 세징야는 이 부분에 대한 조건은 갖췄다. 다만 귀화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능력시험과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데 세징야의 한국어는 미숙한 수준이다. 일상 대화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글을 아예 쓰지 못한다. 시즌 중이라 한국어 공부를 하는 건 현실적으론 어렵다. 그나마 부부 중 한 명이 시험에 통과하면 배우자는 자동적으로 시험이 면제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세징야의 아내가 시험 준비를 하는 방향을 고려해 봄직 하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대표팀에 귀화 선수를 들이고 있다. 한국도 문화적으로는 귀화 선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귀화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세징야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mdc0504@kukinews.com

쿠키뉴스 문대찬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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