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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감독 가혹행위’ 극단 선택 고 최숙현 선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그 사람들 죄 밝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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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카톡 보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녹취록에 경주시청 감독·선수의 괴롭힘 정황

상습적 구타에 ‘비인도적’ 3일 굶김·폭식 강요

신고도 소용 없자 숙소서 몸 던져 극단 선택

유가족 “1 대 8 싸움…귀 기울여준 곳 없었다”

체육인 출신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엄벌 촉구”

트라이애슬론협·대한체육회 “엄정히 대처할 것”

세계일보

고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전 모친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용 통합당 의원실 제공


최숙현(1998-2020) 선수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였다. 심상치 않은 전언을 접한 어머니는 “전화 좀 받아봐.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지만 끝내 전해지지 않았다.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해 숙소에서 몸을 던졌다. 그의 사후 공개된 녹취록 등에는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선수의 상습적인 폭행과 괴롭힘 정황이 드러나 있었다.

최 선수가 수집한 녹취록에는 “운동 두 탕을 하고 밥을 한끼도 안 먹고 왔는데 살이 쪄 있다”는 호통과 함께 “네 탓이고 잘못했을 때 굶고 책임지기로 했으니 3일 굶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빨 깨물어”라는 말과 함께 구타를 하는 듯한 소리가 난 후 “커튼 쳐, 내일부터 꿍한 표정 보이면 너 가만 안 둔다”고 협박하는 내용도 있었다.

훈련일지에는 체중이 늘자 빵 20만원 어치를 억지로 먹게 해 토하는 일이 반복됐다는 내용이나, 비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았다는 등 내용이 적혔고 “하루하루 눈물만 흘린다”는 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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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숨진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 YTN 캡처


동료들의 비하 발언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모 선배가 ‘얘 트렌스젠더 닮았다’거나 ‘남자 많이 만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며 “그 탓에 대인기피가 와 일상이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고 증언했다.

견디다 못한 최 선수는 올해 초 경주시청을 떠나 팀을 옮겼다. 이후 증거를 모아 경찰과 체육당국에 고소하는 등 노력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유가족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어느 곳도 귀기울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선수의 부친은 “녹취를 처음 들었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감독인 이용(42) 미래통합당 의원은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그는 “같은 체육인으로서 참기 힘든 분노를 높인다”며 “누가 이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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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출신인 이용 통합당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대해 관련 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한체육회도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관련자들에 엄중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1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가 지난 4월8일 최속현에게 폭력 신고를 접수했고,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을 감안해 여성 조사관을 배정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대구지방검찰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도 관련자들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클린스포츠센터와 경북체육회 등 관계기관의 감사 및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고인이 되신 최숙현 선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조의를 표했다.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 회장도 성명을 통해 “고인과 유가족에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시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 밝혔다.

1999년생인 최숙현 선수는 16세(고1)이던 2015년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이후 경주시청 등에서 5년 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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