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장원삼은 이기고 싶었지만, 롯데는 이길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6이닝 5피안타 2볼넷 2삼진 6실점(5자책).

어떤 선발 투수가 이런 성적을 남겼다면 칭찬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1일 NC 다이노스전에 나섰던 롯데 선발 장원삼(37)이 7회 노아웃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오자 롯데 팬들은 “장원삼은 할 만큼 했다” “수고하셨어요” “눈물 나는 형님 야구를 봤다” 등 격려가 쏟아졌다.

조선일보

7회말 장원삼이 마운드를 내려가는 모습. 장원삼은 나름대로 호투를 펼쳤지만 롯데의 수비와 주루 실수 등이 겹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원삼은 올 시즌 두 번째 1군 선발 등판이었다. 첫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12일 두산전에선 3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으며 5실점했다. 너무나 무기력한 경기에 팬들도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다음 날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례적으로 “1차 책임은 내가 지고 그다음은 (장원삼을 추천한) 2군에 있는 분들이 져야 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원삼은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는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 기로에 섰다. 지난 시즌 LG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방출된 장원삼은 MBC스포츠플러스 유튜브 채널 ‘스톡킹’에 출연해 “은퇴한 선배들도 반반으로 나뉘더라”며 “유니폼 입고 있을 때가 좋다는 선배들도 있고, ‘쪽팔린다 벗어라’라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통산 121승의 레전드 좌완 장원삼은 자존심을 내세우는 대신 현역 생활 연장을 택했다. 롯데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고, 성민규 단장은 장원삼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 계약을 맺었다. 올해 장원삼의 연봉은 3000만원이다.

올 시즌 첫 번째 1군 선발 등판에서 호되게 실패를 맛본 장원삼은 포기하지 않고 2군에서 꾸준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6월엔 세 번 선발 등판해 18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1.00)으로 호투했다. 그런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하지만 1일 NC전에 오랜만에 등판한 장원삼은 외로워보였다. 허문회 감독은 전날 혈전을 치른 선수들을 배려한다며 이대호·손아섭 ·전준우·안치홍 등 주요 타자들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조선일보

1일 NC전에서 장원삼이 역투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원삼은 기대 이상으로 잘 던졌다. 2회와 3회, 5회는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나성범(1회 1점)과 양의지(4회 2점)에게 홈런 두 방을 맞은 장면은 아쉬웠다.

롯데는 7회초 2-4로 뒤진 2사 2루에서 마차도의 안타 때 이대호가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되며 장원삼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지 못했다. 무리하게 홈으로 돌린 3루 주루코치의 판단 미스였다.

장원삼은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던 터라 제 역할을 나름대로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수비가 도와주지 않았다. 장원삼은 선두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대주자 이상호의 리드가 길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던 상황에서 포수 김준태의 송구가 어림없이 빗나갔다.

내야수가 주 포지션인 우익수 김동한은 엉뚱한 곳으로 공을 던졌다. 그 사이에 이상호는 홈을 밟았다. 장원삼은 모창민에게 안타를 맞은 후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승계 주자가 홈을 밟으며 실점이 6점으로 늘었다. 롯데는 NC에 2대6으로 패했다.

롯데는 전날인 31일 연장 11회 혈투 끝에 10대8로 NC를 잡았다. 하지만 다음 날 승부를 허무하게 내줬다. 베테랑 장원삼이 혼신의 투구로 경기를 팽팽하게 끌고 가려 했지만, 롯데는 수비와 주루 실수가 겹치며 스스로 무너졌다. 정말 어렵게 1승을 거뒀지만, 너무나 쉽게 1패를 내준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슬로건은 ‘Drive to win(승리를 위해 나가자)’이다. 성민규 단장은 시즌에 앞서 “144경기 하나하나 이기기 위한 플레이를 하겠다. 더는 맥없이 패하는 경기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일 NC전은 롯데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경기였다.

2년 만에 승리를 노리며 최선을 다한 베테랑 투수가 7회 마운드를 내려가는 모습은 유독 쓸쓸해 보였다.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