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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수원·서울 ‘서글픈 슈퍼 매치’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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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투자 인색 ‘선수층’ 붕괴

노장 염기훈·박주영 외로운 분투

강등권 문턱서 4일 자존심 대결

[경향신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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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과 FC서울의 라이벌전인 ‘슈퍼매치’는 K리그를 대표하는 상품이었다.

슈퍼매치의 전성기였던 2007년 K리그 첫 맞대결에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무려 5만5397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세계 7대 더비(라이벌전)의 하나로 슈퍼매치를 손꼽던 그 시절에는 두 팀의 만남을 ‘별들의 전쟁’으로 표현하는 데 아까움이 없었다.

김남일과 송종국, 이운재 등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들이 수원의 승리를 이끄는 선봉장이었다. 서울은 ‘쌍용’이라 불리던 이청용과 기성용 그리고 박주영 등 차세대 태극전사들이 맞섰다. 자연스레 두 팀의 맞대결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승패 하나에 우승컵의 향방이 갈린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슈퍼매치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90번째 K리그 슈퍼매치를 앞둔 양 팀의 만남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빈약한 투자가 원인이다. 수원은 한때 국가대표급 선수가 아니면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던 팀이었다. 그러나 수원은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2014년을 기점으로 별들을 하나둘 떠나보냈다. 아직도 수원을 대표하는 선수는 37살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이다. 러시아 월드컵 멤버인 홍철은 이번 슈퍼매치를 앞두고 울산 현대로 이적했다. 유망주 위주로 재편된 수원 선수단에서 현역 국가대표 선수는 한 명도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서울은 그보다는 낫지만 초라한 현실은 비슷하다. GS그룹도 기대만큼의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선수층이 극도로 얇아졌다. 과거 전성기를 상징했던 박주영이 아직 팀의 간판 얼굴인 가운데 믿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빠졌다. 지난겨울 K리그 유턴을 추진했던 기성용이 연봉 문제로 유럽으로 다시 떠나는 장면과 리얼돌 파문 등에서 논란만 양산했다.

슈퍼매치의 현실은 성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맞대결을 앞둔 현재 수원은 K리그 12팀 중 10위, 그리고 서울은 5연패에서 간신히 벗어난 9위다. 슈퍼매치가 양 팀 모두 강등권 문턱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슈퍼매치의 승자는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킬 수 있겠지만, 패자는 강등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성적이 좋지 않기에 슈퍼매치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고,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서울의 본모습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슈퍼매치가 무관중 경기로 열리는 게 다행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슈퍼매치는 무관중 경기로 치른다. 그러나 관중 입장이 허용되는 9월12일 두 번째 슈퍼매치에서도 관중석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름만 남은 슈퍼매치의 아픔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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