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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소통의 시대, 잘나가는 두산-키움에는 이미 일상[SS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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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이 2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상대팀 덕아웃을 찾아가 몸을 풀던 박세혁과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소통의 시대’다. 작은 것 하나까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명령이다.

따지고 보면 야구를 잘하는 구단 선수들은 활발한 소통을 해 왔다. 1980~1990년대 KBO리그를 주름잡은 해태 선수들은 경기 후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야구 얘기를 했다. 어떤 날은 “오늘은 절대로 야구 얘기 하지 말자”고 자리를 시작했지만, 어김없이 야구가 메인 안주로 밤을 잊게 만들기 일쑤였다. 투수들은 타자들에게 노림수를 갖는 비결이나 투구습관을 알아내는 방법 등을 묻고, 타자들은 주자 상황이나 볼카운트에 따른 심리변화를 묻고 답한다. 날이 밝고 다시 그라운드에 서면, 밤새 나눴던 얘기들에서 경기를 풀어갈 힌트를 찾아 실전에 적응했다.

물론 몸값 폭등에 선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최근에는 밤새워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과거에는 연봉 25% 상한선 탓에 몸값 상승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기 관리만 철저하면 중소기업 못지않은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야구 잘하는 선수들의 프로 근성은 변함없는 듯하다. 화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팀이라는 이름 아래 동료애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소통이 강팀의 필수요건으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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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이지영 포수와 김태훈이 2일 고척 두산전에서 1-5로 뒤진 3회 이닝을 마치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맞대결을 한 두산과 키움 선수도 마찬가지다. 키움의 최대 화두는 ‘홈런왕’ 박병호의 재기 여부다. 키움 손혁 감독은 “중심에서 제 몫을 해줘야 할 선수다. 타격코치와도 많은 대화를 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보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홈런 31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타율이 0.213으로 뚝 떨어진 게 특히 고민이다. 박병호는 경기전 훈련 때에도 티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원하는 스윙궤도와 히팅포인트를 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비단 훈련 때뿐만 아니라 경기 중에도 부진 탈출을 위한 해법 찾기에 고심이다. 박병호는 전날 경기 막판 팀 동료 서건창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투구를 받아들일 때 앞 어깨를 어떤 느낌으로 쓰는지에 관한 의견을 나눴는데, 박병호의 질문에 서건창이 답하는 표정이었다. 서건창은 “타격폼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평소에도 (박)병호형과 야구에 관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진에서 벗어나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팀 동료끼리 노하우를 주고받는데 거리낄 게 없다는 표정이 묻어났다. 덕분일까. 박병호는 이날 홈런 두 방을 포함해 3안타 5타점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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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페르난데스가 2일 고척 키움전에서 3-1로 앞선 4회 3루에 안착한 김재환을 격려하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두산 김재환도 김민재 코치가 올려주는 토스볼을 고척돔 외야 내벽 중상단으로 보내는 ‘롱티’를 하며 기분 전환을 했다. 그러더니 포수 박세혁의 훈련 도우미를 자처했는데, 미트를 끼고 캐치볼을 했다. 두산 관계자는 “박세혁이 새 미트를 장만했는데, 김재환에게 길을 좀 들여달라고 부탁한 모양”이라고 귀띔했다. 자신이 써야 할 글러브를 다른 이에게 길들여 달라고 부탁하고 받아들이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글러브는 포구 습관이나 손모양, 주로 사용하는 손가락에 따라 변형될 수 있다. 김재환이 포수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웬만한 신뢰가 없으면 선뜻 부탁하기 어려운 이유다. 적어도 야구 선수들에게는 전쟁에 들고 나간 개인화기 정비를 동료에게 부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팀 동료 간 두터운 신뢰는 경기력과 직결된다. 두산과 키움이 ‘안정적인 강팀’으로 꼽히는 배경에는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팀 문화가 보이지 않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길고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날 경기처럼 최악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날도 있지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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