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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박찬호와 니퍼트, 두산 이영하는 무엇을 좇나[SS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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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A다저스 시절 박찬호. 스트라이드를 시작하는 시점인데 세트포지션이기는 하지만, 마치 의자에 앉아있는 듯한 하체 동작이 눈길을 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코리안특급’ 박찬호(전 한화)는 메이저리그(ML) 시절 제구 불안으로 아슬아슬한 경기를 할 때가 많았다. 시속 160㎞짜리 광속구를 갖고 있지만 탄착군이 일정치 않아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당시 KBO리그 지도자들 중 일부는 “축이 돼야 할 우측 다리가 빨리 주저 앉는다”는 의견을 냈다. ML 입단 초기만 해도 하이킥 형태로 공을 던졌는데, 중심이동을 시작할 때 주저 앉는 듯한 동작을 하다보니 힘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 원로 감독은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 축이 주저 앉는 모양새라 타점이 낮아진다. 릴리스포인트가 불안할 수밖에 없고, 투구 각이 낮아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장타를 허용한다”고 꼬집었다. 타점을 높이고, 일정한 높이로 중심이동을 하면 훨씬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담긴 분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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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두산 소속이던 더스틴 니퍼트. 박찬호와 비교하면 일어서서 던지는 폼이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2011년부터 두산에서 활약한 더스틴 니퍼트는 ‘남다른 타점’으로 리그를 풍미했다. 200㎝에 육박하는 장신인데다 타점이 높아 마치 2층에서 공이 떨어지는 듯 한 인상을 타자에게 심어줬다. 니퍼트를 상대한 타자들은 “어깨 높이로 공이 날아오는 느낌이라 스윙을 멈추면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에 꽂힌다. 이런 공에 당황해 타깃을 높게 형성하면 하이패스트볼을 던지는데, 시각적으로는 ‘이번에도 한 가운데’라는 생각으로 스윙을 하면 얼굴 높이로 지나간다”며 혀를 내둘렀다. ‘높은 타점’이 만드는 투구 각이 타자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라는 의미다. 니퍼트의 성공을 지켜본 삼성은 2013년 비슷한 높이을 가진 릭 밴덴헐크를 영입해 전대미문의 4연속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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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 공포증에 시달렸던 삼성은 비슷한 높이를 가진 밴덴헐크를 영입했다. 밴델헐크 역시 니퍼트와 비슷한 하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두산 김태형 감독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던 투수 이영하(23)를 두고 “투구 각에 너무 신경을 썼던 게 안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장이 192㎝로 큰편인데, 더 높은 타점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했다는 의미다. 타점을 높이려면 다리가 아닌 허리를 이용하는 게 정석이다. 어깨를 수평으로 회전시킬 때보다 왼쪽(우투수 기준)으로 살짝 기울이면 그 각도 만큼 팔이 올라가는 식이다. 투수 전문가들은 “투수가 팔 각도를 1도 올리는데 빨라야 1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해오던 습관이 있는데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 폼 수정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영하는 박찬호와 반대로 하체를 꼿꼿이 세우려는 의식을 하다 장점을 잃어버렸다. 김 감독은 “중심이 (위로)떠 있으면 밸런스를 잃어 버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투수는 밸런스, 즉 회전력으로 던져야 한다. 투구 각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자신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제가 붙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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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시절 이영하의 모습이다. 고졸 신인 특유의 턱을 당기고, 가슴은 내민 투구폼이 인상적이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는 여러 훈련 중 스텝스로가 있다. 외야수들이 송구할 때 밟는 스텝으로 50m 이상 긴 거리를 던지는 훈련법이다. 스텝스로를 하면 자연스레 하체 중심을 낮게 형성할 수밖에 없다. 오른 다리에 체중이 완전히 실린 상태로 디딤발을 내딛어야 해, 중심을 띄우려야 띄울 수 없다. 스텝을 하던 리듬감을 살려 공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곡선이 아닌 직선에 가깝게 송구하는 게 목적이라, 자연스레 던지는 순간 손가락으로 공을 눌러주는 동작을 해야 50m 이상 회전이 살아있는 공을 던질 수 있다. 이영하는 선동열 전 감독과 함께 이 훈련을 한적이 있는데, 선 감독 증언에 따르면 “볼 끝과 회전이 향상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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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투구 중인 이영하. 신인 때와 비교해 척추각이 달라져 팔은 높아진 인상이다. 그러나 턱도 들리고, 전체적으로 중심이 공중에 떠 중심이 벌어진 인상을 준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어쩌면, 이영하는 부진탈출 해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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