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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두산 김태형 감독이 유희관을 '희생양'으로 삼은 이유는?[SS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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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4회초 상대 김응민을 병살로 처리한 후 김재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정상호한테 얘기했어요. ‘야, (유)희관이가 4번타자한테 몸쪽 던질 것 같애? 안던져. 적당히 빼줘’라고요.”

인터뷰실이 ‘빵’ 터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노련함은 이런 장면에서 도드라진다. 투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신뢰하는 제자를 예로들어 유쾌한 농담으로 풀어낸다. 크게 웃고 넘어가는 이도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캐치하는 선수는 경기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번 희생양(?)은 유희관이었다.

두산은 4이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한화와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팀 평균자책점 8위(5.17)로 처져있다. 선발진은 그나마 계산이 되지만 불펜, 특히 허리진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홍건희를 필두로한 불펜진이 5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반면 3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최원준과 김강률, 함덕주가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아 끝내기 승리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마운드의 힘은 적어도 팀을 지지 않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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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이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두산의 경기 2회말 무사 1,2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선발투수 이영하를 격려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 감독은 “투수들은 마운드 위에서 ‘한 가운데로 던지겠다’는 생각을 잘 안한다. 포수를 해봤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타력을 갖춘 상대 중심타선을 만나면 이리저리 꾀어 범타를 유도하려 애를 쓴다. 커멘드가 좋은 투수라면 성공확률이 높지만 KBO리그에 이런 능력을 갖춘 투수는 많지 않다. 김 감독은 “우리팀에 커멘드를 갖춘 투수? 없다”며 웃었다. 완급조절과 제구로 먹고 사는 유희관은 이 타이밍에 등장(?)했다.

가차없이 고개를 흔든 김 감독은 “(유)희관이도 힘있는 타자가 나오면 도망다닌다. 그 구속으로 정면승부를 하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올해 처음 합을 맞춘 포수 정상호를 불러 “거포들이 나오면 적당히 바깥쪽으로 빼주라”는 주문을 한 일화를 들려줬다. 유쾌한 유희관의 성격에, 김 감독과 케미을 알고 있기 때문에 취재진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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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이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KIA의 경기 에서 KIA에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두산은 7이닝 2실점 선발 유희관의 호투를 앞세워 KIA에 3-2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시즌 첫 스윕을 기록했다.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유희관을 예로 든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젊은 투수들은 타자들과 붙을줄 알아야 한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들어가야 타자와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 스트라이크존 좌우폭이 좁은 편이라, 코너워크를 해봐야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주자를 쌓아뒀는데, 불리한 볼카운트로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스트라이크를 밀어 넣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다 장타 한 방 맞고 흐름을 내준다. 초구, 2구에 승부를 낼 수 있는 담력이 특히 어린 투수들에게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희관이는 힘있는 타자들에게는 자기 나름의 계산으로 이리저리 빼면서 던지지만, 그렇지 않은 타자들한테는 적극적으로 승부한다. 그러니까 1군에서 선발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은 타고나지만 제구는 훈련으로 보완할 수 있다. 김 감독이 ‘투수는 회전력으로 던져야 한다’거나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훈련과 마인드 변화, 흔들리는 두산 마운드가 새겨야 할 필수요건이다. 유희관은 5일 한화를 상대로 그 이유 증명에 도전할 예정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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